강인한 해녀 삶에 감명 제주행
한수풀학교 입학 등 깊은 애정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 주문

"제주해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사라져가는 제주해녀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려면 체계적인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합니다"

지난 8월 제주한수풀해녀학교를 졸업한 '외국인 해녀' 엘리자베스 멀비 한국국제고등학교(KIS) 교사(26·미국)는 "자연이 아름다운 제주에 반했다"고 말했다.

멀비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다. 미국 미시간주 칼라만주 카운티에서 태어난 그는 성인이 되고나서 세계 20개국 이상을 여행해왔다. 그리고 현재 가장 오래 머무르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다.

멀비가 제주에 올 결심을 하게 된 것은 '해녀' 때문이었다.

그는 "온라인에 제주를 검색하자 해녀 관련 기사·이미지가 가장 먼저 떴다"며 "나이 많은 여성들이 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목숨 걸고 바다밭을 일구는 해녀들에게서 미국 대공황 때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하시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며 "자신들의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해녀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한수풀해녀학교 입학과 관련, 멀비는 "해녀학교 입학은 고향에 가는 것을 포기할 만큼 무척 기대했던 일"이라며 "평생 단 한 번 뿐인 기회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학기간 멀비는 한림읍 귀덕리 해녀들과 함께 '해녀 생활'을 체험하며 그들의 삶을 흡수했다.

물질 중에 호미를 떨어버리고 짧은 호흡 탓에 제대로 된 수확을 못했지만, 자신들이 잡은 소라나 전복을 선뜻 내어주는 해녀들의 모습에서 제주의 수눌음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멀비는 "제주해녀를 이해하려면 체험이 가장 좋지만 교육 프로그램이 한정적이라 안타깝다"며 "외국인 대상으로 수업을 확대하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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