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제2공항이 성산지역으로 결정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주국제공항 앞 바다에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나 있다. 현지 확장은 기존 공항시설과 주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 외에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그런데도 무엇이 걸림돌이 됐을까. 제주공항 확장지역의 바다 깊이, 현공항의 해발고도, 그에 따른 매립공사에 대한 문제와 사업비 등을 들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항공기가 동시 이착륙 하려면 기존 활주로에서 1310m 떨어져 활주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그 지역은 평균 수심이 20~30m되는 해상이다. 현재 제주공항의 가장 낮은 활주로 높이 해발 23m와 맞추려면 평균 50m를 매립해야 연결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나가면 수심이 40~50m되는 바다 절벽이 있는 외해(外海)이다. 바다에서 융기돼 해저지형이 가파르다. 

국내·외 다른 해상공항들은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 건설됐을까. 먼저 국내의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평탄한 수심 1~2m의 간석지를 평균 5.3m 높이로 성토해 공항 부지를 조성했다. 홍콩 책랍콕공항은 섬과 주변 바다를 메워 평균수심 10m에서 14.4m를 성토했고,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은 평균수심 4m에서 10m를 매립했다. 

일본 오키나와공항은 수심 4~10m에 1310m 떨어져 활주로를 건설하고 있으며, 인공섬인 오사카 간사이공항은 내해(內海)의 평균수심 18m에서 해저의 연약지반으로 36m를 성토하면서 공항건설비 과다로 경쟁력을 잃었다. 3.3㎡당 부지조성비가 인천공항의 15배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사비가 들었다.

둘째는 부지조성시 소요될 매립토 확보 문제다. 다른 공항들은 공항구역에 포함된 작은 섬이나 인접한 육지의 장애구릉 절토량으로 상당부분 충당했다. 인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간석지 4620만㎡(1400만평)를 조성하면서 장애구릉지역과 부지 내 절토량으로 79%를 확보했고, 부족물량 21%는 인근바다 해사로 매립했다.

제주공항의 경우 활주로와 터미널을 위해 인공섬을 조성하려면 전량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토목전문가에 의하면 화산지대 송이가 포함된 오름의 흙은 매립토로 사용할 수 없고, 석산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 교량형으로 하면 어떨까. 활주로 일부를 교량형식으로 확장한 사례는 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Madeira)섬은 평탄지역이 없어서 산 절벽 옆 좁은 공간에 활주로를 만들었다.  착륙환경이 나쁠 뿐만 아니라 점차 취항기종이 커지면서 기존 활주로 1400m에 해변 지형에 따라 최고 높이 70m 콘크리트 지주 180개를 세워 활주로 1000m를 연장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대형기 운항이 곤란하다. 교량으로 해상에 유도로는 있으나 전체 활주로를 만든 곳은 없다.

셋째는 경제성이다. 공항 건설에도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성산후보지 건설 사업비 약 4조1000억원에 비해 제주공항 확장은 2배가 넘는 9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산정됐다. 이외에도 별도 예산으로 해상과 육상에 도로망을 추가로 건설해야 대규모 확장공사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국가재정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의 타당성 심의를 넘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해상환경 문제도 있다. 전문가 그룹은 처음부터 현지 확장에 난색을 표했지만 지역에서 연구 요청이 있어 검토했었다. 우리와 같은 해상조건에서 건설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육상에 비교적 평탄지역이 있는 제주도에서 조건이 나쁜 해상공항 건설을 채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