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문화부 부국장

"이게 살라는 얘기인지, 죽으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우연히 만난 예술강사의 푸념은 하소연이 아니라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도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 때문이다. 각급 학교에 무용, 연극, 국악 등 8개 분야의 예술강사를 학교 신청을 받아 지원하는 사업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안정적 수익'을 제공한다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비롯됐다.

제주에도 2015년을 기준으로 157개교(중복 포함 300개교)에 112명의 예술강사가 활동했다. 사업이 커지다 보니 고용 상 문제가 발생하게 됐고 이들 사업을 위탁하던 지역문화재단 등에서 근로계약을 중앙차원에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수용 입장을 내비쳤던 문체부는 지난달 돌연 불가 방침을 밝히고 민간단체 공모를 결정하면서 탈이 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더 있다. 내년 사업의 경우 위탁센터들에 사업 재량권을 준다는 명분으로 기존 강사의 재면접과 재시험을 규정했다. 예정대로 28일 위탁단체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이들 작업까지 진행한 뒤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년대로라면 이미 내년 프로그램이 확정되고 강사 배치도 끝나야 했다.

'국악'을 제외한 7개 분야 예술강사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만약의 경우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지만 여전히 '답없음'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비정상의 정상화'가 핵심이다. 국가에서 예산이 배정되는 탓에 지자체에서는 어떤 개입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다, 교사와 예술강사간 마찰로 교육청 역시 관찰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시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어야 들어줄 것인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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