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언 의사, 제주금연지원센터장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흡연으로 인해 평균 6초에 한 명씩 사망하고 있으며 매년 약 600만명의 흡연자가 사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에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800만 명에 이를 것이다. 흡연이 암 뿐만 아니라 뇌졸중, 심근경색증, 협심증과 같은 심뇌혈관계질환의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번번이 실패하곤 한다. 이유는 간단한데 대체로 담배를 피울 때는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괴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를 '니코틴 의존'이라고 한다.

니코틴은 중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담배를 피운 뒤 10초 정도에 뇌까지 도달한다. 니코틴은 뇌에 도달하면 보상회로(쾌락중추)를 자극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키는데 그로 인해 흡연자는 순간적인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쾌감은 짧으면 5분, 길면 2시간 만에 사라지게 되며 도파민 농도가 떨어짐에 따라 불안감, 초조함, 우울함, 예민함, 수면문제 등의 정신적·육체적 금단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흡연을 통해 니코틴을 보충하려는 욕구가 나타나고 대다수가 금연에 실패하게 된다. 실제로 개인의 의지만으로 금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흡연이 니코틴중독이라는 뇌의 병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흡연 여부를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니코틴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흡연자의 금연 의지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중독의 범주에서 접근해 금연보조약물과 니코틴보조제, 상담치료와 같은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금연보조약물의 예로, 부프로피온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바레니클린은 도파민을 소량씩 지속적으로 분비시켜 금단증상을 완화하고 흡연 욕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보조약물을 사용하면 금연성공률이 17~21% 가량 상승한다. 니코틴 보조제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니코틴 보조제는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니코틴 사탕 등이 있는데 이러한 니코틴 보조제에는 소량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어 금단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금연상담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흡연 욕구를 조절하고 흡연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금연이 가능하다. 

현재 제주도내에서는 제주금연지원센터,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치료 의료기관을 통해 금연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제주금연지원센터에서는 중증·고도 흡연자들을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금연서비스를 제공하는 '4박 5일 합숙형 금연캠프'와 여성, 대학생,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내 금연클리닉에서는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연상담과 도내 금연문화조성 및 흡연예방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금연치료 의료기관에서는 전문의 진료, 금연보조약물처방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흡연은 단순히 건강에 해로운 행위가 아니라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병이다. 중독 현상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으며, 대부분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소개한 금연보조약물, 니코틴 보조제, 상담치료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연이라는 최종 목표를 좀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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