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가 문화예술단체와의 사전 협의없이 종달리 해안가에 "섬집아기" 노래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탑동해변공연장 "떠나가는 배" 노래비.<김대생 기자>
 제주사람들이 쓰고 불렀던 노래 가운데 ‘노래비’를 세울 만한 제주를 상징할 노래는 과연 없는가. 제주도가 올해 1억 5000만원 예산을 들여 건립예정인 ‘섬집아기’ 노래비 추진을 놓고 도민과 문화예술인 사이에서 떠도는 말이다.

 제주에는 지난 97년 4월 서귀포시가 외돌개에 세운 ‘서귀포 칠십리’(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와 99년 제주시가 제주해변공연장에 세운 ‘떠나가는 배’(양중해 작시, 변훈 작곡) 등 두 개의 노래비가 세워졌다. ‘서귀포칠십리’는 서귀포시가 시비 4750만원을 들여 서울 소재 유명 조각가 이영학 씨에게 의뢰해 무쇠주물로 제작됐고, ‘떠나가는 배’는 제주시가 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돌에 오석을 곁들여 도내 서예가 현병찬씨 글씨에 호남석재사가 제작한 것이다.

 도내에서 세 번째로 건립이 추진되는 ‘섬집아기’ 노래비는 제주도가 지난해 7월 탐라전국합창제 개막합창곡 ‘한라산’을 작곡한 이영조 교수의 부친 이흥렬 작곡 ‘섬집아기’ 저작권을 도에 넘긴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진행되는 사업이다.

 이후 제주도는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 해안을 노래비 건립 부지로 확정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위탁, ‘섬집아기’ 노래비 기공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도내 모 조각가에게 노래비 도면제작까지 의뢰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섬집아기’ 노래비 건립은 제주도가 도민이나 관련 문화예술단체의 의견수렴과정 없이 진행돼 일사천리로 진행한 사안이어서 도내 문화예술인과 도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문화예술단체의 한 관계자는 “‘서귀포 칠십리’나 ‘떠나가는 배’는 그나마 제주와 관련된 곡이어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섬집아기’는 역사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제주와는 무관한데 ‘저작권을 넘겨준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런 논의 절차 없이 ‘섬집아기’ 노래비를 세우겠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섬집아기’건립 사업비가 도의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제주도는 1억 5000만원이라는 도민의 혈세를 이용해 ‘섬집아기’ 노래비를 왜 세우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기공식에 앞서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주도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섬집아기’ 저작권을 제주도가 갖게 돼 ‘섬집아기’ 저작료 수익이 제주도에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제주를 찾은 관광들에게 볼거리를 제공, 관광자원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면서 “차차 제주상징 노래를 조사해 연차사업으로 ‘제주상징 노래비’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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