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시문학의 흐름과 가능성 진단"

 “그저 내 불빛이 꺼지면/그만큼 세상이 어두워진다는/엄격하지만 사려깊은 그 마음/후손까지 이어주어/서로가 하나되기를…”(안용민 시 ‘우리가 열어가는 세상’중)

 한국공간시인협회 대표시선집 「한강의 역동」이 나왔다.1991년 「한강의 새아침」을 시작으로 「한강의 무지개」(92),「한강의 새물결」(93),「한강의 시인들」(94),「한강의 시잔치」(95),「한강의 등대」(96),「한강의 유등」(97),「한강의 메시지」(98) 등의 이름으로 선보인 한국공간시인협 회원들의 대표시선으로 한국 현대 시문학의 흐름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공간’회원 170명의 작품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제주지역 시인으로는 문복주씨와 오재영씨가 참가했다.

 문복주씨는 “운명이란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더 깊숙이 그 운명 속으로 들어가/신화를 남겨야 한다는 것을 알지…”(‘위험한 항해’중)라며 고대 그리스·로마신화 속 영웅의 흔적을 인용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도전을,또 기계부품인 ‘나사’와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를 대비시키는 과정을 통해 고정화된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며 그 의지를 “누가 나의 머리에서 나를 죄고 있는 이 더럽고 냄새 나는 일상의 녹슨 나사를 빼다오…”(‘나사(NASA)중)라는 외침에 담았다.

 오재영씨는 옛 추억의 단편과 인내를 통해 배운 삶의 지혜,퍼주고도 모자란 어머니의 사랑을 “눈이 내리고/다시 돌아온 너를 빈손으로/만날때/무너진 내 꽃그늘엔/새싹을 돋아 키자란 아이들…”(‘철새’)과 “하많은 가시에 찔린 상처로/끊임없이 몸살을 앓다가도/우뚝 일어서 걷던 시절…”(‘우리 사는 동안에는’) 등 무채색 삽화같은 시어를 통해 표현했다.
 ‘서귀포앞바다’(윤종혁) 등 제주를 소재로 한 시도 여럿 눈에 띈다.<한강출판사·8000원> <고 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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