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칸전략경영연구원(주) 대표·논설위원

기업경영에 있어 위기와 혁신은 숙명적이라 할 수 있다.

348년 역사의 독일 제약회사 머크(Merck)의 카를 루트비히 클레이 회장은 ‘1668년 설립 후 지금까지 회사의 존망을 고민해야 할 정도의 위기는 대략 50년마다 찾아왔으며, 매번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해 왔다’고 고백하고 있다.

최근 우리기업들은 국내외에서 발생한 악재에 직면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한다.

정치의 불확실성은 모든 개혁 프로그램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는 이미 엉망이다. 성장률을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내수경기는 절벽을 만났으며 수출경기도 최악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마저 인력을 줄이고 급여를 삭감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현장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경영난이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매출이 줄고 신사업도 부진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마디로 ‘IMF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는 기업들의 호소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위기에는 역설적으로 ‘혁신의 DNA’를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큰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두려움이야말로 혁신의 가장 큰 적”이라고 경고하면서 “두려움이 창의성을 죽이고, 실패하지 않으려고 엇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기극복에 대한 경영의 방향성을 다음과 같이 공감경영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경영진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정확하게 전파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위기상황에 처한 만큼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하며 구성원들이 핵심업무에 몰입하고 중요한 사항을 놓치지 않도록 일하는 방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위기상황이라 할지라도 구성원들의 노력에 대하여는 칭찬과 인정을, 위기를 극복한 다음에는 기여한 부분에 대한 공정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명확한 방향 설정과 구성원들의 공감 유도가 필요하다

가야 할 길이 명확하지 않다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구성원들이 위기 극복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스스로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적인 방향성 설정과 이를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구성원들의 공감을 잘 이끌어내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기업의 전략이 명확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수행해야 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전략가 게리 하멜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들은 경영진들과 달리 정보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한다. 즉, 큰 그림에서 고민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경영진들과 달리 조직 구성원들은 소속된 작은 단위의 조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급급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큰 흐름 속에서 기업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위기일수록 핵심에 집중하라.

최근의 위기상황에서도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일부 경영자들은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구성원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 대상의 약 74%가 ‘회사의 혁신경영 방침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원인으로 언급된 것이 바로 ‘업무량이 늘어나서(49%)’라는 지적이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음에도 추가로 위기극복에 수반되는 업무의 증가로 인해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즉,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업무에 쏟을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일을 제거하고 중요한 일에 몰입하게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직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회의나 잡무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조직 내에는 누군가 할 수밖에 없지만 성과에 직결되지 않는 업무들이 분명 존재한다. 정해진 업무 시간에 핵심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집중 근무 시간을 정하여 회의나 다른 업무들에 방해 받지 않고 그 날 해결해야 할 업무들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일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구분하여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는 것도 업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삐를 당기더라도 당근은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나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는 함께 고통을 분담한 구성원들의 노고를 인정해주어야 할 것이다.위기 상황이라고 하여 Task Force Team 참여 등 추가적인 업무 증가, 조기 출근 및 야근과 특근, 복리후생 등 각종 비용 절감으로 인한 고통 분담을 감수하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더 큰 위기가 온다. 고삐를 놓을 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지난번과 같은 수준의 몰입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이런 상황의 반복 속에서 구성원들에게 위기경영이란 단지 업무 가중과 보상의 축소만을 의미하는 일로 각인될 뿐이다. 자연히 위기를 이야기하는 경영진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매년 위기라고 이야기하면서 구성원들을 쥐어짜려고만 하는 것 아니냐?’라는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위기의 끝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여 그간의 위기 극복 노력을 인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위기 극복을 강조하면서 구성원들을 위축시키기 보다는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였는지 돌아다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위기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의 조건을 조성하라

21세기 기업경영 환경 속에서 우수한 인재의 확보 유지 및 직원들의 역량 발휘여부는 기업의 성과향상은 물론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 LG경제연구원에서 조사 연구한 [선진 초우량 기업들의 특징]을 보면, 존경과 신뢰의 기업문화 정착, 사업 성과와 연계한 신 보상 계약관계 형성, 일과 삶에 대한 균형있는 배려, 통찰력과 감성적 지능을 겸비한 리더십의 확보, 육성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따라서 일하고 싶은 회사의 조건으로 다음의 5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일하고 싶은 조직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자기 동기부여가 가능한 조직운영의 메카니즘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직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 성과에 기초한 성과 연동급 비중을 강화시킴으로써 ‘Profit Sharing' 보상체계의 정착이 필요하다.

셋째, 제반 복리후생 제도를 다양화, 차별화하여 인재 확보, 유지를 위한 전략적인 차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현재의 리더십 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 실시와 그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 및 합리적인 개발 전략 수립을 통한 리더십 개발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재 확보/유지를 위한 인재의 정의, 가치관, 의식, 만족, 불만족 요인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HR 정책 개발의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든 세계경제와 미증유의 한국정치상황으로 인하여 기업들이 아우성이다.갈수록 복잡하고 위기가 심화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의 위기는 일상이 되고 있다.

위기경영이 심화될수록 경영진 한사람에게 의지하기에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본다.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게는 경영진 리더 한사람 보다는 구성원 한명 한명의 열정과 노력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경영진들은 위기극복을 강조하며 구성원들의 업무에 몰입하도록 독려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경영으로 오늘의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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