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최고의 배우 김혜자. 그 대배우의 편집되지 않는 연기의 본령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제주 팬들에게 주어진다.

제주人엔터테인먼트(대표 장호찬) 초청으로 오는 11·12일 오후 7시, 13일 오후 4시 3차례 한라아트홀 무대에 올려지는 ‘김혜자의 셜리 발렌타인’공연에서다.

「셜리 발렌타인」은 40대 중년 여성인 셜리가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모노드라마다.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의 원작을 연극평론가 최용훈 교수(관동대) 번역, 하상길 연출로 무대화되는 것이다.

극단 로뎀(대표 하상길)이 제일화재 세실극장 운영을 맡으면서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김혜자 역시 지난 91년 극단 로뎀의 「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에 출연한 후 꼭 10년 만의 연극외출이어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불렀던 작품이다. 극단 로뎀은 지난 95년 제주4·3을 소재 연극 「느영나영 풀멍살게」를 무대화해 제주 연극팬들과는 안면이 있는 극단이다.

직장인 남편과 1남 1녀를 둔 40대 주부 셜리는 내세우고 자랑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가난하거나 부족할 것도 없는 평범한 주부다. 평범하고 평화스럽기만 주부 셜리가 얼마나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집에 들어왔을 때 항상 찻잔이 준비되어야 하고, 목요일 저녁에는 고기요리를 먹어야 하는 남편은 일정한 삶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치 않는다. 아이들 또한 자신들의 삶에만 관심이 있을 뿐 엄마의 존재를 인격적인 개체로 생각지 않는다. 때문에 셜리는 늘 벽앞에 앉아 벽과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셜리에게 이혼한 친구 제인이 그리스 해변으로 여행 떠나자며 비행기티켓을 보내오는데….

마닐라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방송연기대상, 방송대상 등을 화려한 수상 경력 이면에 숨어있는 대 배우의 섬세하고 코믹한 감성 연기가 기다려지는 무대다. 입장료 1층 4만원, 2층 3만원. 공연문의=711-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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