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문화는 변한다.", "문화는 동사다"라는 말처럼 모든 문화적 현상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제주의 해녀문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까지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다. 제주해녀의 인류무형유산 등재 이후 정말로 다양한 방면에서 문화적 가치와 중요성, 활용방안, 관리모델 등에 대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는 원칙이 있다. 잘 타는 불을 자꾸 건드리면 오히려 화력이 약해지고 꺼지기 십상이다. 이처럼 분분한 의견들이 장생력을 가지고 잘 타던 불처럼  전승되던 해녀문화를 오히려 시들게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 글도 어쩌면 그 가운데 하나 일 것 같아 심히 걱정이다. 해녀문화에 대한 접근도 자생적이어야 하고 새로운 방식이야 한다. 필자는 해녀문화 전승의 참되고 올곧은 전승방법으로 생태박물관(Ecomuseum)과 필드뮤지움(field museum)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생태박물관(Ecomuseum)은 '생활문화환경박물관', '살아있는 박물관', '지역 통째로 박물관', '지붕 없는 박물관', '지역 정체성 박물관', '지역 공생박물관', '전 지역이 박물관', '주민(해녀)이 모두 학예원인 마을만들기',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 만들기' 등으로 표현된다. 생태박물관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 환경과의 관계에서 해석하는 통합적인 개념이다. 해녀문화는 참 다양하다. 이제 해녀문화는 해녀 개개인, 그 해녀들이 살고 있는 각 마을공동체, 제주도에서 한발작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인류 전체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는 바로 해녀문화도 해녀, 마을, 제주도, 대한민국, 인류 전체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 지바(千葉)현립 중앙박물관에는 '필드 뮤지엄(할머니의 밭)'라고 불리는 사업이 있다. 전시실과 수장고 등으로 사용되는 땅 위의 건조물들이 아예 없고 지역(필드:밭)의 자연과 문화 전부를 박물관의 전시실이자 수장고라고 생각한다. 이는 생태박물관과 바로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 할머니들이 어린이와 학생들과 함께 지역에 남아 있는 재래작물의 종자를 모아 농업이 기계화되기 이전의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ㆍ가공, 그 과정의 농업기술과 가공기술을 기록한다. 지역 사람들과의 협력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다. 

최근 들어 농작물의 종자는 종묘회사에서 구입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그 결과  전국 혹은 전 세계에서 같은 작물이 자라게 되었다. 예전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키웠다. 작물의 종자는 자가채종(自家採種)이 반복되면 그 지역의 풍토에 맞는 것이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지역마다 특징을 지닌 작물이 다양했으나, 작금의 사태는 사라려가는 생물로 인해 위기가 고조된 상황이다. 종자도 자료(유산)이며, 자가채종의 기술과 재배기술, 가공하여 식품으로 만드는 기술도 무형의 자료(유산)이며, 배후에 있는 의례 등도 무형의 자료(유산)이다. 이것을 '취득ㆍ보존ㆍ연구ㆍ교류ㆍ전시'하는 것이 '할머니의 밭' 프로젝트이다. 이만하면 따라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녀의 바다'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로.

해녀문화는 제주 지역사회 사람의 생활과 그 자연환경, 사회 환경의 발달과정과 함께 형성된 것이다. 해녀문화는 사람인 해녀 만의 문화가 아니라 해녀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 복합체이다. 해녀는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들을 가득 채워야 한다. 제주의 마을과 지역사회는 이들을 단순히 관광 상품화하기 위한 장소로 활용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나름 고유 역사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지역의 공동체 의식과 현재적 경험이 만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  해녀에 대해 역사적으로 탐구하고, 동반되는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을 현지에 보존하고 육성하여, 제주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인류 공존과 공영에 기여하는 문화로 시야를 넓혀보자. 제주도의 해녀문화는 사람·환경·역사·문화를 만날 수 있는 열린 문화가 되어야 한다. 해녀문화는 이제는 제주만의 것이 아니고 전 세계 인류의 것이다. 그 격에 맞는 조사, 연구, 보존, 활용 정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거들기가 심했다면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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