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제주특별자치도 출범후 10년간 공무원 조직이 지속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출범 당시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 폐지 및 행정계층구조 축소 등 적은 인력과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비대해지면서 '공무원 공화국'이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특별자치도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2007년 출범 당시 5169명의 일반직 공무원 정원은 2008년 감축 시도로 4978명까지 줄었지만 2016년 12월말 현재 5404명으로 출범때 보다 235명 늘었다. 공무원 숫자 늘리기는 출범 당시 공무원 감축에 따른 인건비 절감분을 주민복지 향상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저비용 고효율'까지 공수표로 전락시켰다. 4조4000억원 규모로 확정된 올해 제주특별자치도 예산만 해도 공무원 인건비 외에 업무추진비 등 부서 운영비를 포함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할 경직성 경비 예산 증가율이 13.8%를 차지, 전체 예산 증가율 8.4%를 넘어설 만큼 '고비용 저효율'이 심화되고 있다.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가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지만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멈추질 않을 전망이다. 제주도가 2021년을 목표로 최근 수립한 '중기 기본인력운용계획(안)은 올해부터 5년간 단계적으로 공무원을 689명 늘리도록 했다. 제주도는 공무원 정원을 현재 보다 12.7% 늘려 중앙권한 이양과 인구 증가, 미래비전 실현, 경제활력 제고, 고용 인프라 확대 등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공무원 늘리기의 '화려한' 명분을 제시했지만 납득할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10년간 공무원 수가 많아졌지만 도민들을 만족시킬 만큼 행정서비스가 향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이 출범 10년간 매년 공직사회 업무추진 성과를 평가한 결과 도민 만족도는 65.38점으로 보통 수준에 머물면서 "공무원 숫자는 업무량과 관계 없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파킨슨의 법칙이 여지 없이 들어 맞고 있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들의 낮은 만족도는 공직사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인·허가와 관련된 중앙권한 이양으로 특별자치도 공직자의 권한도 커지면서 보조금 비리 등 범죄행위가 잇따라 적발, 청렴도가 전국 꼴찌를 기록했지만 공무원 정원 감축은 커녕 매년 상·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300명 이상이 승진, 인건비 상승분을 도민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이다.

공직사회의 허약한 업무 추진력도 도민 만족도를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이 매년 확보한 사업비를 '눈먼 돈'처럼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에 잘못 쓰는 등 혈세를 사장시켜도 책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해 예산만 해도 전체 5조5406억원 중 쓰지 못한 예산이 민생·경제분야를 포함해 1조6000억원에 달할 만큼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지 않는 '복지부동'의 민낯을 드러냈다.

공무원 조직의 몸집 불리기는 무엇보다도 주민복지 향상에 쓰여질 예산을 공무원들이 잠식하는 문제를 빚고 있다. 2015년 제주도 의뢰로 조직진단을 수행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조사 결과 공무원 1인당 인건비가 5610만원으로 2010년 4540만원 보다 24% 늘면서 증가분을 도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가 오는 2021년까지 공무원 정원을 689명 늘리는 방침에 따라 도민들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도 2017년 5773억, 2018년 5924억원, 2019년 6141억원, 2020년 6330억원, 2021년 6521억원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지 않는 '고비용 저효율'의 공무원 조직 비대화는 세금 부담 뿐만 아니라 규제를 만들면서 도민 위에 군림하려 드는게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에 재검토해야 한다. 비만치료가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필요하듯이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을 슬림화하지 않으면 도민들의 피해만 깊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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