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대우

민족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왔지만 제주지역 농·수·축산인들은 환하게 웃지 못한다. 지난해 설 만하더라도 명절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선물용을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이번 명절에는 된서리만 맞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지난 추석과 이번 설까지 두 번의 명절을 보내면서 제주 1차산업은 위축되고 있다. 도내 농·수·축산인들은 FTA 등 개방화 시대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며, 특히 수입산에 맞서기 위해 고품질 고가의 농수축산품을 생산하기 위해 1차산업의 틀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부정청탁금지법에 명시된 선물 5만원 이하라는 제한규정 때문에 제주를 비롯한 국내산 농수축산품 선물세트가 주고받아서는 안되는 시한폭탄처럼 돼버린 것이다. 특히 제주산 특산품들은 다른 지역보다 품질이 좋기 때문에 고가의 고급상품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제주산 갈치나 옥돔, 흑돼지, 흑우, 천혜향 등 만감류 감귤 등으로는 5만원 이하 선물패키지 상품을 도저히 만들지 못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갈치로 5만원 이하 선물상품을 맞추려면 손바닥 크기의 두토막도 안되고, 흑돼지도 2인분도 안될 정도다. 질소로 채워진 과자처럼 오히려 내용물보다 포장으로 메워진 제주특산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법 때문에 명절에 제주산 농수축산물을 점차 밀려나고 값싼 수입산이 차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당초 목적은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없애고, 금품거래를 통해 특혜나 로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하지만 최근 처벌내용을 보면 몇만원도 안되는 떡상자를 보냈다가 과태료 부과를 당하는 등 당초 법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반면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주식을 받은 전직 검사장에 대해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 등 오히려 '무전유죄 유전무죄'만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정자들은 부정청탁금지법이 당초 법취지 대로 올바른 사회를 구현하고, 선량한 농수축산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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