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 유력 대권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밝힌 이유다. 이는 지난달 7일 국내 한 인터넷 매체가 올린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반기문, 대통령 출마 UN 제동 가능' 등의 가짜뉴스가 최초 보도 직후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유포됐고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이를 공세에 활용하면서 혼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가짜뉴스(fake news)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대선이 끝난 지난해 12월4일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는 20대 청년이 "'피자게이트'를 조사한다"며 공격용 소총으로 여러 발의 실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가 말한 '피자게이트'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으며, 이 피자가게 지하실이 근거지'라는 내용으로,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가짜뉴스였다. 가짜뉴스는 유독 대선기간에 활개를 쳤는데, "힐러리가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팔았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 등이 퍼져나가면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을 정도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가짜뉴스 범람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완벽하게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는 검증된 사업자의 뉴스를 노출하기 때문에 비교적 가짜뉴스 유통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카카오톡,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퍼지는 가짜정보를 걸러낼 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카카오톡 대화창의 경우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기업이 대화 내용까지 검열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사용자의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제재가 가능하지만 이 역시 뉴스가 유포된 후의 사후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경고 조치를 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뉴스 수용자인 독자들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길 일이 아니다. 가짜뉴스가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전염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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