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으로 일반 작물 의존도가 높은 제주지역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양배추와 당근 등이 재배면적 증가와 소비 부진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율이 인하되고 각종 보조금이 낮춰져 중국 등 외국산 농산물 홍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제주산 일반 작물의 현실과 향후 전망 및 가격 안정대책의 실효성 등을 살펴본다.

△실태=잎마늘과 잎쪽파의 거래가격은 12일현재 각각 600원(kg), 1만6000원-2만3000원(10kg)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취나물도 1마대(20kg)당 2만7000원-3만원선으로 지난해보다 5% 상승했고 당근은 1만1000원(20kg)대로 지난해 같은기간 평균가 8400원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양배추 가격은 출하초기부터 폭락세를 면치 못해 농민들이 시름에 빠지고 있다.

이미 밭떼기 거래가 끊긴데다 뉴라운드 출범과 소비 위축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아예 양배추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11월 양배추 산지폐기 방침을 발표한 후 일시적으로 평당 500원-1000원의 밭떼기거래가 이뤄졌지만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이마저 중단됐다.

최근 서울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양배추 평균가격은 10kg망사당 1700원. 이는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지난해 19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이러다보니 재배농가들은 앞다퉈 산지폐기를 희망, 일부 지역에서는 신청물량이 재배면적의 80%를 웃돌아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문제점=지난 90년 9000여ha 불과했던 맥주보리 재배면적은 현재 3450ha로 줄었고 유채와 참깨는 5000여ha에서 1100ha로 크게 감축됐다.

당근도 지난해 2617ha에 비해 353ha 감소한 2264ha로 예상되고 전국 당근 재배면적은 지난해 4348ha보다 183ha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양배추 재배면적은 1417ha로 전년도 1332ha에 비해 85ha 늘었고 생산예상량은 8만4000여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도내 자치단체들이 양배추 산지폐기와 비축 및 물류비 지원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으나 제대로 통용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감귤 다음으로 주 소득작목인 감자의 경우 친환경종자육성센터 설치와 우량 씨감자 생산 등 자급 기반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대책=현재 마늘과 고추 등은 관세장벽이 220%∼630%까지 높아 외국산 수입이 일단 저지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산 당근과 양배추·감자 등의 생산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더욱 밀려오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양배추 등 신선채소류 등은 유통 및 보관 기일이 상대적으로 오랜 중국산 수입에 한계가 있다. 오히려 화훼 등과 함께 일본을 겨냥한 역수출이 가능하다.

또한 당근·감자 등도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보다 나은 품질 및 생산성 향상과 수급조절 등을 통해 얼마든지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다.

결국 제주농업을 살리는 길은 고품질화 노력 및 생산성 제고와 철저한 작목선별 등 농업전반에 걸친 대 개혁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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