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제주고등학교 교장·수필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가정을 돌보는 것과 같아서 일정한 체제가 있고, 반드시 일을 나눠서 해야 합니다. 머슴은 밭일을, 하녀는 부엌일을 맡아야 합니다. 닭은 새벽을 알리고, 개는 도둑을 지키고, 소는 짐을 지고, 말은 이동수단이 되는 것처럼 각자 역할이 있습니다. 만약 모든 일을 주인 혼자서 한다면 제대로 다스릴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촉(蜀)나라 양웅이 승상 제갈량에게 한 것인데, 제갈량이 수용하지 않아 결국 망했다는 고사이다. 천하의 제갈량도 권력 분산을 제대로 못하면 망할 수 있다는 일화가 교육의원에 도의원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머릿속을 맴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의원 정수 조정 및 교육의원 존폐 여부를 여론조사 및 설문조사를 근거로 검토한다고 한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는 도민 여론조사, 도의원·주민자치위원장·이장·통장 및 교육단체 등 이해관계인에 대한 설문조사, 도·도의회·도교육청 등 기관의견 수렴 및 도민공청회를 실시하고, 이번 2월 여론수렴 결과 분석 및 내부 논의를 거쳐 선거구조정에 대한 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의원정수 조정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육의원 존폐 여부를 여론조사와 설문조사로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학교장으로서, 30여년을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함께 윈(win)-윈(win)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제갈량의 고사처럼 두 영역의 전문성과 역할을 인정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일이든지 혼자 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제대로 할 수 없다. 특히 인간을 키워내야 하는 교육은 더 그렇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이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교육만큼은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떠나서 누가 중심이 돼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타당한가, 누가 더 전문성이 있고 바람직한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스라엘도 건국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교육이라 판단해 우수한 인재 육성에 전 국민이 온 힘을 쏟았다고 한다.

교육자치는 교육감 직선제와 교육의원제의 두 축으로 이뤄졌는데, 교육의원제는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는 단 한 차례만 시행되고 폐지됐다. 폐지된 시·도에서는 겨우 2년 밖에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정당별 활동으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돼 교육현장에서 교육의원제 부활을 갈망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1월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교육포럼'에서 강원도 민병희 교육감은 '참여와 분권과 협치로 새로운 교육자치의 시대를 열자'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협치형 국가교육 추진, 완전한 지방교육자치의 실현, 교육 주체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원 존폐 여부를 여론조사와 설문조사로 할 것이 아니라 제주와 다른 시·도와의 비교, 교육의원제 운영 이전과 이후 비교 등 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특별자치를 표방하는 제주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행정시장 직선제와 함께 교육지원청 교육장까지 직접 선출하는 것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처럼 제주특별자치도는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면서 서로 어깨동무해서 함께 가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우리의 내일이고 미래의 주춧돌일뿐만 아니라 교육감의 도민 직선과 함께 교육의원제가 바로 특별자치도에 걸맞은 교육자치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지향점이 특별자치라는 점에서 볼 때 교육의원제는 결코 정치의 흥정물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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