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사회부차장 대우

프랑스 소설가이자 시인·극작가인 빅토르 위고(1802~1885년)가 1862년 발표한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 날품팔이 노동자였던 장발장이 장기수가 된 범행은 절도였다. 

그는 누이동생과 어린 조카 일곱 명을 먹여 살리느라 자신은 굶주림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치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감옥에서도 남은 가족의 생계가 걱정돼 틈만 보이면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히기를 수차례, 결국 장발장의 형량이 19년까지 늘어난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과 고물가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판 장발장'들이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 우발적으로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훔치거나 무전취식 등을 하다 붙잡히는 생계형 범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만563건이던 1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는 지난해 1만4810건으로 4000건 이상 늘었다.

제주지역에서도 1만원 이하 소액절도 검거 현황은 △2014년 347건 △2015년 390건 △2016년 425건으로 3년새 22.4% 증가했다. 이 기간 도내 절도사건이 4969건에서 3494건으로 1000건 이상 감소한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생계형 범죄는 법원의 '감형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처벌 자체는 피할 수 없다. 특히 생계형 범죄는 상습화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집행유예 기간 중 라면과 요구르트 등을 훔친 생계형 절도범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배고픔으로 인한 한 순간의 우발적 범죄로 서민이 '전과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생계형 범죄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들 역시 영세음식점이나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영세 소상공인, 또는 최저임금을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경우가 많아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생계형 범죄는 단속이나 처벌 강화 같은 경찰 차원의 대응이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생계형 범죄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 처벌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맞춰져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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