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학교 기획처장, 행정학과 교수, 논설위원

민주주의의 성공은 주민에 의한 지역행정을 통할 때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주민에 의한 행정이 이뤄지려면 국가적 공통분모적 사무와 권한을 제외하고는 모든 권한이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로 이양돼야 한다. 즉 지방분권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방분권이 이뤄질 때 지방자치는 활성화되고 주민자치의 기틀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핵심요소는'분권화'와 '주민참여'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근본 목적도 지방분권과 규제를 대폭 완화한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해 잘 사는 모범 지방자치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주특별자치도는 고도의 자치권과 자유시장 경제시스템에 의해서 운영되는 자치정부로서, 상당한 사무,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관, 자치경찰의 실시 등을 포함한 중앙권한들을 이양 받았다. 또한 아직도 폐지의 효과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의 폐지로, 기존의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이 광역자치단체에 흡수 통합됐다. 일각에서는 강화된 권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해 권력이 집중되고 비대화됐다는 비판도 있다. 

지방자치의 궁극적 목적이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와 지역발전에 있다면 이양된 권한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 지역의 자치역량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제도적 차원에서의 집행기관과 지방의회의 역량이 전체적인 지방의 자치역량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 지방의 권력구조 및 기관구성 형태는 자치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 결정요소이다. 현행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이 권력의 비대칭으로 인해 집행기관과 지방의회의 비생산적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8조는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 구성의 특례규정으로 '지방자치법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규정에 불구하고 따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자치도의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 할 수 있다'라고 기관구성의 자율성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지에 부합하고 제주의 특성을 살려 지방자치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의 기관구성이 적합한지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지방정부 형태를 제주특별자치도에 도입하는 문제는 과연 그 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또한 그 제도의 합리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구비하고 있는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권력구조에 관한 논의는 지방자치의 본질인 지역문제를 지역실정에 합당하도록 지역주민 스스로가 자율적 의사에 의해 처리하는 민주성과 효율성과도 연관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강시장-약지방의회 형태의 기관대립형은 중앙의 시각에서 획일적으로 선택된 지방자치제도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특별자치도의 근본이념이 제주의 여건과 특성에 부합된 제주만의 지방자치, 그리고 제주미래를 우리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라면 아직도 기관구성 형태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의 집행기관과 지방의회의 소모적 갈등관계로 인해 자치 권력이 효율적으로 행사되지 못하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가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은 현행대로 전국 모두 획일적인 제도를 채택하는 것은 지방의 특색과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최근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마도 지방자치의 자기결정권과 다양성 존중에 대한 철학이 담길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가 우리나라의 특별한 지방자치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임을 감안할 때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기관구성에 대해 단순한 논의를 넘어 실현가능한 대안을 탐색하는 것은 특별자치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정책실험이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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