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21일 침몰 어선인 K호(278t·승선원 10명)의 생존 선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거대한 파도로 인해 어창에 물이 잠기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진=변미루 기자

어창에 바닷물 유입돼 선체 회복력 상실
악천후 속 복귀 서둘러…선장 입건 예정

제주에서 침몰한 부산어선이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거친 바다에서 운항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10여분 만에 가라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21일 침몰 어선인 K호(278t·승선원 10명)의 생존 선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거대한 파도로 인해 어창에 물이 잠기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안진섭 제주해경서 수사계장은 "당시 강한 파도가 2~3차례 선수를 충격하면서 어창에 바닷물이 스며들었고, 회복력을 상실한 선체가 5~10분 만에 급격히 바다로 빨려들어갔다"며 "심한 파도로 인해 배의 키를 조절하는 타기조차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선장 김모씨(57·부산)는 선원들을 갑판에 집합시켜 구명동의를 착용시켰다. 차오르는 물을 빼기 위해 배수작업을 벌였지만 소용이 없자 구명뗏목을 이용해 선원 7명과 함께 탈출했다. 조리장이었던 실종자 조모씨(66·부산)는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당시 풍랑주의보에도 불구하고 K호는 대피하지 않고 운항을 계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15t 이하 선박의 경우 제주어업정보통신국으로부터 대피명령을 받지만, 대형선박인 K호는 대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경은 악천후 속에서 복귀를 서두른 점과 관련해 선사 측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다.

또 해경은 선장 김씨를 선박 매몰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21일 침몰 어선인 K호(278t·승선원 10명)의 생존 선원들을 상대로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사진=변미루 기자

실종자 조씨를 찾기 위한 수색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해경 경비함정(3000t) 4척과 관공선 3척, 민간어선 2척, 항공기 3대 등이 투입돼 이틀째 수색을 벌이고 있다.

앞서 20일 오후 1시30분께 제주시 우도면 북동쪽 40㎞ 해상에서 K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선원 김모씨(57·부산)가 숨지고 조씨가 실종됐다. 나머지 선원 8명은 구명뗏목을 타고 표류하다가 주변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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