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사회부차장 대우

축구경기에서 '뻥 축구'란 말이 있다. 롱패스가 같은 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달해주는 것과는 반대로 '뻥 축구'는 수비수들이 공을 돌리다 상대 공격수가 압박하면 조급함에 무조건 멀리 차버리는 행동을 뜻한다.

경기 중에 선수들이 생각 없이 공을 뻥뻥 차대는 것을 일컫는다. 축구 전술 등을 통해 상대팀 골문에 공을 넣어야 이기는 축구 경기에서 '뻥 축구'를 하게 되면 얻는 것 없이 헛힘만 쓰게 된다. 

특히 공격수가 급한 김에 같은 팀 수비수나 골키퍼를 향해 공을 찼다가는 자책골이 될 수 있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쓰레기 배출정책이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제주도는 6일 오전 가연성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종전처럼 매일 배출하도록 하면서 재활용품은 주 1∼2회에서 2∼3회로 늘리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도는 또 요일에 맞춰 배출하지 못한 재활용품을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준광역클린하우스 개념의 재활용자원순환센터 설치를 확대해 매일 배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이날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토론회를 열고 "제주 쓰레기 정책,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쓰레기 문제가 늘어난 원인을 행정당국이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처방이 정당하지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쓰레기 배출정책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정책의 핵심은 재활용품을 언제 배출하느냐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재활용품을 쓰레기와 잘 구분해 정확하게 배출하느냐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는 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 자생 단체 등 도정의 정책을 협조해줄 수 있는 많은 단체가 있으며, 시민의식 또한 높다. 

제주도가 이러한 훌륭한 인적 인프라를 갖추고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도정에 반영하지 못하는 '뻥 축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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