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우리 정부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이 유감스럽다. 중국정부는 지난 3일 자국 여행업계에 대해 오는 15일 이후 한국관광 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위반 업체에 엄벌을 경고하는 등 양국간 정치·군사적 갈등을 순수 민간 교류 분야인 관광산업 영역까지 확대, 지자체마다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제주도 역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주는 전체 외국인관광객의 85%를 중국인 단체·개별 관광객이 차지하는 관광산업 특성상 다른 지자체보다 경제 보복 충격파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관광 금지령이 내려지마자 뉴화청·금우극제 등 5개 여행사와 계약을 맺은 중국인 420명을 포함해 6일 현재 11만1000여명이 예약을 취소한 가운데 중국에 97%를 의존하는 제주크루즈 상품 역시지난 4일부터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인터넷에서 삭제, 충격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치졸한 경제보복으로 제주를 찾는 중국관광객이 감소, 여행·숙박·음식·교통 등 관광 관련 서비스업종의 피해가 우려되자 제주도정도 대응책을 발표했다. 도는 6일 긴급 회의를 열고 원희룡 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가동하면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단기대책으로는 △육지부·해외 수학여행 확대 유치 △피해 업체 관광진흥기금 지원 검토 △중국 개별관광객 직접 모객 마케팅 △신규 취항 노선 개설 추진 △관광객 확대 대형 이벤트 개최 등을, 중·장기로는 △내수 관광 활성화 상품 개발 △일본 등 아시아시장 항공 노선 확대 △일본 관광시장 회복 추진 등을 각각 추진키로 했다.

도가 발표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제주관광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미덥지 않다. 중국 관광객 감소의 외부 충격 요인이 발생할때마다 내놓은 체질개선·경쟁력 강화의 대책을 이번에도 제시, 재탕·삼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마치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문제가 터지면 발표하는 도의 우려먹기식 대책은 2년전 경험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5~12월 메르스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할때도 제주도는 이번의 사드와 대동소이한 양적 성장 탈피의 '전화위복' 대책을 발표했지만 '인해전술'식으로 밀려드는 중국 관광객 양적 증가에 취해 실천이 더디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 관광객 감소의 관광시장 공백을 채우겠다는 내국인 유치 마케팅도 우리 정부의 홀대로 걱정이 앞선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국인 관광객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 마저 제주와 서울에 집중된 내·외국인 관광객을 전국으로 분산하는 지방관광 활성화 정책으로 제주관광시장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실례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국내 대표 테마 관광지를 10개 권역으로 묶어 5년간 집중 육성할 '대한민국 테마관광 10선'에 39개 지자체를 선정하면서도 제주를 제외했다. 

'유커'로 불리는 중국 저가 단체관광객보다 더 많은 여행비용을 부담해 제주를 찾을 개별관광객 '싼커' 유인책도 수용태세 미흡으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싼커를 포함해 내·외국인 개별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소비 증대와 숙박 등 지역상권 활성화와 연계시킬 야간 관광프로그램이 무엇보다 부족한 탓이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한국 방문 중국인 가운데 개별관광객이 56.7%로 절반을 넘지만 제주는 38.3%에 그칠 만큼 성적표가 초라하다.

제주관광이 메르스나 사드처럼 문제가 터진후 대책을 마련하면 체질개선·경쟁력 강화가 요원할 뿐만 아니라 경쟁 도시들에게 밀릴수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이 무패의 신화를 거둘수 있었던 비결도 전쟁이 없을때 위기상황을 미리 감지, 대비책을 찾아 실천했다는 교훈을 제주공직사회가 새겨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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