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착용했던 헤어롤이 아직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선고 당일인 지난 10일 핑크색 헤어롤 2개를 착용한 채 차량에서 내렸다. 선고 시간 3시간 전으로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이 권한대행의 헤어롤은 포털사이트 검색어까지 오르며 많은 관심을 불렀고, 헤어롤을 착용한 모습에 의미를 부여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았다. 

출근길에 깜박 잊고 헤어롤을 제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다른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다.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날인만큼 특별한 메시지가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개의 헤어롤이 연결하면 숫자 8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대통령 파면에 찬성한다는 것을 미리 암시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또 헤어롤 원형에 파면을 의미하는 '인용'이라는 단어를 적어 넣은 합성 사진도 퍼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자세를 비판하는 의미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외신들도 이 권한대행의 헤어롤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 AP통신은 헤어롤을 착용한 이 권한대행의 모습과 함께 "한국인 여성 재판관이 자기 일에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여성의 몸무게 같은 외적인 모습을 가혹한 농담 소재로 삼는 일이 빈번하다"며 "그러나 이 권한대행의 모습은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순간이 됐다"고 했다. 

외신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첫 긴급회의 자리에서 완벽한 머리 상태로 등장했다고 보도한 반면 이 권한대행은 미용실에 들르지 않고 스스로 머리를 손질하는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헤어롤 출근으로 주목받은 이 권한대행은 13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식 자리에서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해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이 권한대행이 전하고자 한 것은 헤어롤 메시지가 아니라 성숙한 민주국가에 대한 염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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