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칸전략경영연구원(주) 대표·경영학 박사·논설위원

국내기업 회의문화의 현주소

지난 달 27일 국내기업 회의문화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가 나왔다. 

기업문화 개선사업의 첫번째 과제로 회의문화를 선정하고 그 연구결과인 '국내기업의 회의문화실태와 개선해법' 보고서에서 상장사 직장인 1천명이 바라본 국내기업 회의의 문제점과 원인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짚어보고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스마트한 회의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직장인 회의 만족도는 45점으로 낙제 수준이라고 한다. 

부문별로는 회의 효율성이 38점, 소통수준 44점, 성과점수가 51점으로 모두 낮았다. 특히 '과연 필요한 회의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31.6%, '회의시 상하소통은 잘 되는가"는 질문에 대해 긍정 응답은 26.4%로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창의와 혁신의 시대임에도 산업화 시대 유효했던 일방적 지시와 이행점검식 회의가 많다"며 "전근대적 회의방식이 기업의 혁신과 효율을 떨어뜨려 경쟁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  습관적 회의는 회의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직장인들은 1주에 평균 3.7회, 매번 평균 51분씩 회의하는데 절반인 1.8회는 불필요한 회의로 나타났다. 

회의 중에 약 31%인 15.8분은 잡담이나 스마트폰 보기 등으로 허비하고 있어 회의의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 번째, 답은 정해졌다. 너는 대답만 해라는 불통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회의의 문제점이 그것이다. 직장인들은 상사가 발언을 독점하느냐는 질문에 61.6%가, 상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정해지느냐는 질문에 75.6%가 '그렇다'고 응답해 상사발언 중심의 답.정.너 회의가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상의는 "한국기업에 답.정.너 회의가 많은 가장 큰 원인은 리더들이 과거의 성공경험에 확신을 갖고 회의에 임하기 때문"이라면서 주어진 목표의 신속한 달성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외국기업의 리더들처럼 열린 마음을 갖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의견을 촉진하는 회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회의 참석유형을 묻는 질문에는 가급적 침묵한다는 '투명인간형(39.0%)'이 가장 많았고, 상사 의견에 가급적 동조한다는 '해바라기형(17.1%)', 별다른 고민없이 타인 의견에 묻어가는 '무임승차형(12.8%)' 순이었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지난 1주일간 참석한 회의(3.7회) 중 1.2회, 3분의 1을 거의 발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발언을 했을 때도 가진 생각의 29.4%만 표현했다고 응답하고 있다. 

상하관계 뿐 아니라 동료 간 수평적 소통도 원활치 않으며 이는 회의 참석자 간 신뢰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내면 개인에 대한 반감으로 인식하거나 업무 떠넘기기로 오해받을까봐 발언을 자제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조직 구성원간의 낮은 신뢰도 역시 침묵의 회의를 부채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결론도 실행도 없이 끝나는 회의는 별로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명확한 결론없이 끝나는 회의'가 55.2%였고, 결론이 나도 최적의 결론이 아닌 경우도 42.1%로 회의는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최적의 결론이 아닌 이유로는 '회의 주재자 위주로 결론이 나서'(29.9%), '부서간 떠넘기기'(28.7%), '어차피 바뀔테니 대충대충 결정'(21.9%), 'CEO 의중 미리 고려해 결정'(19.5%) 등이 꼽혔다. 

이렇게 결론이 부실하다보니 46.1%에 달하는 회의는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용도폐기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과없는 회의에는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등이 작용하고 있다"며 "권한 위임이 부족하다보니 '어차피 위에서 결정할 텐데'라는 무력감이 만연하고, 실행 프로세스와 모니터링 체계가 없다보니 회의 그 자체만을 성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상의에서 제안하는 [회의 혁신 저해 4大 근인 해결방안]을 보면,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상사의 귄위적 리더십 △직원의 수동적 팔로워십 △토론에 익숙치 않은 사회문화 등의 4대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강조하면서 장단기 과제 외에 실행 아이템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즉, 회의문화 실태진단표를 통한 실태점검을 하고, 회의의 기본원칙인 10대 Ground Rule을 정하고, 실천 가이드라인인 유형별·역할별 준칙을 정하고, 마지막으로 의식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도 회의문화 개선을 위해 회의 없는 날, 회의시간 통제, 1인 1발언 등을 추진하지만, 근본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위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내기업의 회의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다음의 '스마트한 회의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똑똑하게 진행하는 스마트한 회의법

여러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할 때나 정기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있을 때, 어떻게 회의를 진행하는 게 효율적일까.

경영 전문가들은 기왕 해야 할 회의라면 '똑똑하게 진행하라'고 조언한다. 

기업 혁신 작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는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회의 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하되, 전원이 발언하고 결론을 도출해낼 것'이란 새로운 회의 지침을 최근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스마트한 회의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회의 시작 전에는 필요 없는 참석자는 제외시켜라.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회의의 목적과 회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이 명확해야 한다. 주제에 맞는 직원만 선별해서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회의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직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떤 내용을 다룰지 사전에 공유하면 참석자들이 미리 준비해올 수 있어 회의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둘째, 시작할 때는 확실한 '회의 태세'를 갖추고 시작하라.

회의를 시작할 때는 모든 참석자들이 '회의 자세'를 갖추게 해야 한다. 

토론할 주제를 화이트보드에 적거나 큰 화면에 띄워 모든 참석자가 볼 수 있게 만들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같은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토론을 시작할 때는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나 정보를 말하기 보다 최근 1년 동안 A지역의 판매량이 급감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일수록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끝내고 가급적 1시간 이내에 마치도록 하고, 회의 주최자가 다른 동료 직원들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고, 직원들이 회의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셋째, 회의 중에는 토론 방해꾼 옆에 고위직급을 앉혀라. 회의 진행자는 주제에서 벗어나는 '토론 방해꾼'을 매끄럽게 처리하고 모든 참석자가 의견을 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몇몇 참석자가 중언부언하거나 혼자서 너무 길게 이야기하면 회의가 길어지고 산만해진다. 

다른 참석자의 말을 직접적으로 끊기보다 "지금 그 발언이 이번 회의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만약 관련 없는 내용이라면 다른 자리에서 의논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봅시다"라는 식으로 해당 직원을 존중하는 화법을 구사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상습적인 토론 방해꾼 옆자리에 높은 직급의 직원을 앉혀 "좋은 지적이네요. 다음번에 논의해봅시다"라며 회의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째, 끝낼 때는 회의결과를 확실히 정리하라. 마무리할 때는 회의 결과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주는 것이 좋다. 

당일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과 담당할 책임자, 다음 회의에서 점검해야 할 사안 등을 모든 참석자가 동일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렇게 요약·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참석자들이 회의 결과를 잘못 이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줄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회의 후에는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회의결과를 공지해서 공유하라.

이메일 등으로 정확한 회의 결과를 참석자들에게 공지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들도 어떤 내용을 다뤘고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알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조직의 특성과 문화에 맞게끔 회의 방식을 수정하려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일수록 참석자들이 아직 회의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을 때 피드백을 받도록 하고 잘된 점보다 부족한 점이나 문제점에 대해 먼저 묻고, 회의 진행 방식을 개선할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문화 중 회의문화는 가장 중요한 혁신 대상이라고 본다. 

여러 부서와 조직이 함께 일하는 기업 구조상 회의를 완전히 없애기란 쉽지 않으며 오히려 회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회의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불필요한 회의가 문제이며, 불필요한 회의에 중독되어 적당히 묻어가는 회의문화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지속적인 리더십 교육으로 직원역량을 강화하고 회의에 대한 CEO 마인드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직무설계 및 업무분장 명확화로 업무 프로세스가 정착되도록 하며, 상하간 소통 지속 확대 및 자율과 책임의식 고취로 적당주의를 타파하고, 상호신뢰의 조직문화 정착, 회의·토론 기법에 대한 교육실시 등으로 기업의 회의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위에서 제시한 스마트한 회의법 도입 등으로 조직원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혁신을 도출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바람직한 기업의 회의문화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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