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사회부차장 대우

"악법도 법이다"는 아무리 불합리한 법이라도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인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Dura lex, sed lex)'에서 유래됐다.

기록에 따르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은 2세기경 로마 법률가 도미티우스 울피아누스(출생미상~228)가 "이것은 진실로 지나치게 심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기록된 법이다.(quod quidem perquam durum est, sed ita lex scripta est.)"라고 했다고 나와 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소크라테스다.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는 1930년대 출판한 저서 「법철학」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면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도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라면서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했던 것이, 마치 소크라테스가 직접 한 말처럼 와전됐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그는 친구 크리톤이 은밀히 도주를 권했지만 단호히 거절한다. 이유는 재판이 부당할지라도 시민으로서의 법규준수 의무가 더 막중하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의 준법정신은 그가 강조해 온 가르침의 실천이었다. 그 법이 설령 부당하다 해도 공적으로 합의된 명령인 이상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에 대해서는 탄핵소추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을 묵인한 점 등을 지적하며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2일 사저로 돌아가면서 했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는 발언은 사실상 헌재 결정에 불복을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으면서 또다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메시지를 던지고 향후 예정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모든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하는 것은 과연 한낱 허황된 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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