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1년 전 이세돌과의 대국으로 유명해진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거나 인간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이 당장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급작스럽지 않고 신산업을 수용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짐작됐다. 하지만, 그새 융·복합으로 진화한 다양한 상품들이 산업에 진입해 현실화되고 있다.  

온라인 최대 서점인 아마존은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에 아마존고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출입시 결제할 카드와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켜놓기만 하면, 진열된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을 때마다 결제 목록이 생성된다. 쇼핑이 끝나면, 계산대에 줄 설 필요없이 바로 출입구를 나서기만 하면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으로 인공지능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등 4차 혁명으로 거론되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아직 시범 매장이지만 로봇직원이 재고정리까지 도맡아 약 90명이 하던 일을 단 6명이 하게 됨으로써 미래의 일자리를 예측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근로자 10명으로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어 내는 스마트 공장에서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인공지능이 운동선수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적용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재단과 생산량 조절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점차 무인 자동공장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품의 수송을 전담했던 물류기업에서는 제조기업에서 제품 대신 제품 설계도를 받고, 소비자와 가장 인근 거리의 3D 컴퓨터를 보유한 대리점으로 전송해 제품을 출력한 후 바로 배송함으로써 물류과정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처럼 유통뿐만 아니라 의료, 금융 심지어 피자배달까지 새로운 기술을 입힌 산업과 상품이 빠르게 출연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이던 과거의 틀을 깨고, 상상만 했던 미지의 세계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산업에 경쟁 속도를 맞춰갈 수 있었지만, 산업이 앞서는 시대가 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는 열렸고 필연적인 흐름을 먼저 받아들이고 함께 가는 수밖에 없는 세태에 대한 빠른 인식이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자원이 부족한 제주는 4차 산업과의 연결 정도를 높이기 위한 산업을 유치하고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도정에서도 지방자치시대에 중앙보다 지방이 먼저 앞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산업을 위한 투자를 가시화할 수있도록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움직여 치고 나가야 한다. 
특히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컨텐츠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시대에 예전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도 고민해야 한다. 호텔 한 채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네트워크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키는 숙박업이 가능하고, 자동차 한 대 없이도 고객과 차량을 매개하는 사업을 창출해내는 적응력을 갖춰야 하겠다.

이미 100년전 슘페터는 기술 혁신을 통해 낡은 것은 파괴돼 도태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이 창조되면서 혁신적인 경제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생산방식을 요구하고, 이는 혁신적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산업을 통해 세상을 진화시킨다. 

링컨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낡은 방법을 스스로 파괴하고, 혁신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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