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 초대전 '바람 부는 날…'
24~5월 31일, 작가 26명 '4월 공감'시도

잃어버렸던 '세월'이 수면으로 끌어올려진다. 다시 섬이 바람을 탄다. 그렇게 '4월'이다.

오래된 광고 음악 한 토막처럼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없다.'그 맘 다 안다'는 듯 바람이 침묵을 지키며 1070여일의 울음을 달래고, 바닷길 건너 제주에는 69년이란 시간을 거꾸로 돌려 상처만 남은 '그 때'의 바람이 인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이문교)의 4.3 69주년 초대전 '바람 부는 날, 그 때 제주'다. 24일 시작해 5월 3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을 입구로 삼아 아름다워 더 슬픈 제주의 봄을 관통한다.

앞서 '4.3'을 겪지 않았던 시절 고즈넉한 시간에 잠겼던 제주를 펼쳐놨던 까닭에 피할 수 없는 광풍에 흔들리는 섬은 작은 구석까지 애처로워 더 아프다.

화면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수굿이 기울어진 시선이 느껴진다. 바로 보는 일은 아직 쉽지 않다.

오늘 3번의 봄을 바다 깊숙이에서 보낸 세월호의 야윈 얼굴처럼 애써 감추느라 딱딱하게 굳어버린 상처가 거스러미처럼 일어난다.

알지 못하는 사이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상실감은 어떤 수단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수십 수천 번의 사과나 위로도 그 때로 되돌릴 수는 없다. 단지 기억할 뿐이다. 그런 마음들을 아로새긴 26명 작가들의 목소리가 그루잠을 잔 듯 멍한 기억의 고리를 잡아챈다. 개막식은 24일 오후 5시, 초대작가와 4.3희생자 유족, 4.3관련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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