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사회부차장 대우

유채꽃이 활짝 피더니 벚꽃도 꽃망울을 터트리며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덧 봄이다. 

하지만 마음은 봄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까지 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있다.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고사성어가 아닌가 싶다.

'국정농단'에 이은 '대통령 탄핵' 등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겨울을 지나 봄이 왔지만,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발목 잡기로 3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세월호'가 마침내 인양됐다.

참사가 일어난지 1073일 만인 지난 23일 바닷속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킨 세월호는 26일 3년만에 수면위로 완전히 떠올랐다.

수면위로 떠오른 세월호는 침몰 당시 충격과 기나긴 인양과정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었다. 찌그러지고 부식된 모습은 3년간 까맣게 타버린 유가족과 미수습 가족들의 가슴 속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은 또 '천안함 폭침 7주기'다. 서해 북쪽 바다에서 국민의 안녕과 나라를 지키다 46명의 천안함 용사들이 산화한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도 어느덧 7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천안함 사건에 대해 각종 의혹과 문제 제기로 잡음이 일고 있다.

곧 있으면 제69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및 추념광장에서 봉행된다. 

하지만 아직도 보수우익에 의한 4·3흔들기는 계속 자행되고 있다. 4·3특별법과 진상조사보고서, 국가원수의 공식 사과 등에 대해서 전면 부정하는 등의 망언으로 우리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천안함 폭침, 제주4·3 등 이 모두는 전 국민이 가슴 깊이 추모해야 한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그 교훈을 새겨 앞으로 되풀이되지 않는 사회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곧 4월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세월호의 진실 규명과 4·3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살리는 모습으로 우리 마음에도 완연히 봄이 왔음을 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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