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대우

몇 년전만 해도 도내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소주를 주문하면 당연히 '한라산소주'가 나왔고, 손님들은 당연하듯 반응했다. 아니면 소주를 주문하면 종업원은 "순한 것이에요? 독한 것이에요?"라며 한라산 제품 중 어느 것인지를 되묻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소주=한라산'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면서 '한라산소주'는 도내 대표상품이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차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최근 상당수 가게에서는 소주를 주문하면 대기업 소주 제품인 '참이슬'이 나오고 손님들도 당연한 듯 술을 마시는 상황이 자주 목격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의 소주제품을 찾았지만 이제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음식점가와 제주시청 인근 학사로 등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참이슬'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라산소주의 제주지역 시장비율은 74%로 경남·울산(75%)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지역소주 점유율이 높다. 또한 대부분의 지역소주가 해당 지역에서 50%를 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라산소주는 제주에서 여전히 절대강자다. 하지만 참이슬은 저도주 열풍을 주도하면서 여성과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제주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막강한 자본력과 물량을 바탕으로 제주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제는 향토기업 제품을 애용하자는 식의 애향심에 기대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도민들도 이제는 지역에 상관없이 제품 품질과 마케팅·홍보·이미지 등을 더 따지고 상품을 선택한다.

최근 한라산소주가 '진심한잔'이라는 마케팅을 선보이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문화지원과 청년실업문제 해소 등 사회공헌프로젝트를 펼치고, 학사로에서 버스킹(거리공연)도 주최했다. 또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홍보를 펼치며 젊은 층과 소통하는 등 도내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이 보이고 있다. 한라산소주의 시도로 진심이 통할지, 특히 젊은 층을 움직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른 도내 향토기업들도 안방시장이라는 이점만으로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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