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 기획부총장, 논설위원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의 장기화와 급격히 선거 국면에 들어선 국가의 뒤숭숭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제주관광산업이 흔들리면서 제주경제가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인바운드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제주도정의 발빠른 대책마련과 민간산업단체들의 자구노력으로 인해 내국인 관광객들이 빈자리를 메꾸면서 제주관광에 큰 혼란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여진다. 

역시 어려울 때마다 함께 이겨나가는 제주인들의 삶에 대한 극복정신과 생활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아마 제주여성이자 뛰어난 기업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자선사업가였던 거상 김만덕 선생의 영향을 받은 제주인들의 강하면서도 협력적인 '협치와 배려의 DNA'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 한(漢)무제 때 사마천(司馬遷)에 의해 쓰여진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즉 집안(가정)이 가난하거나 어려울 때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게 한다는 글귀가 나온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내의 훌륭한 면모를 가세가 기울거나 일이 생길 때 비로소 느껴지게 된다는 말이다. 

또 세란식충신(世亂識忠臣)이란 말 역시,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충신을 분별해 알 수 있게 된다는 말인데 이는 세상이 요즘같이 어지럽고 뭔가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 훌륭한 충신이나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타 지역에 출장을 가게 되면 요즘 상황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이름을 함께 거론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꽤 많이 듣게 된다. 

그러나 원 지사는 이미 지난 1월 31일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인이자 자치단체장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야 할 건강한 보수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보태고 수많은 현안 업무를 안고 있는 제주도의 도지사로서의 직무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제주도정을 책임지는 리더로서 명쾌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최근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감안한 원 지사의 행보 역시,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중국관광객 급감에 따른 국제관광 다양화를 위한 대책,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의 유치, 지역내 신규일자리창출을 위한 위원회 추진, 제주도내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일정비율 도민 의무고용제, 공기업을 시작으로한 생활임금제의 도입 등 불과 몇 개월만에 이뤄낸 원 지사의 정책 행보는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뒤로하고 대통령후보 쟁탈전에 뛰어들었던 전국 4개지역 광역단체장들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른 선택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이 나설 자리와 물러설 자리를 잘 아는 리더, 가장 급한 사안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줄 아는 리더, 마음 아픈 곳을 찾아 나설 줄 아는 행동의 리더를 우리 곁에 두고 있어 든든하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는 훌륭한 어진 재상을 그리게 된다는 '국난사양상(國亂思良相)'이란 말이 그에게는 가장 잘 어울릴 듯싶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역시 자신의 주변을 잘 관리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옛 성인께서 말씀하신대로 그와 가까운 사람을 살펴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고,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펴보면 어떤 처세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그가 관직에 있을 때에 등용(登用)하는 사람을 보면 용인술(用人術)을 알 수 있고, 곤궁(困窮)할 때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펴보면 그의 의로움을 알 수 있으며 그가 어려울 때에는 그의 청렴(淸廉)함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청(傾聽)의 리더십이 있다면 금상첨화의 리더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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