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 논설위원

제주농업이 바깥과 경쟁해 생존할 수 있을까.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제주농업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은 세 가지다.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협소한 농지면적이 그것이다. 

농업인구는 2015년 기준 9만3400명으로 20년전(14만5579명)보다 36%나 감소했다. 지난 20년전 농가 경영주의 연령은 50대 이하가 67%를 차지해 활기가 돌았다. 

그러나 농촌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2015년 현재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52%로 노동력의 악화가 뚜렷하다. 또한 농가호당 경지면적이 0.5㏊(약 1500평) 미만인 농가는 전체농가의 35.4%나 차지한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광풍이 휩쓸고 간 농가를 고려하면 규모 영세성은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다.

또한 제주농업은 단일작물의 집중재배로 인한 토양오염, 농약사용 과다로 인한 환경오염, 과다한 지하수자원 소비로 인한 수자원 고갈, 생산과 소비의 미스매칭으로 인한 농산물 폐기 등 부작용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주농업의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따라서 침체돼 가는 제주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기회와 도전을 남보다 먼저 내다보고 그 혁명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기술이 혁신되고 융합돼 모든 것이 연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등 차세대 융합기술을 함께 통합 활용하면 농업의 생산성을 비약적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읽어내고 그 혁신의 방향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제주농업이 제4차 산업혁명에 맞서 가장 집중해야 할 분야는 어디인가. 바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산업 생태계의 조성이다. 

농가들이 작목을 결정하고 팜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확 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의 변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종자, 인공위성, 센서, 트렉터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판매실적 등 빅 데이터에서 관광객을 비롯한 소비자의 니즈(기호·안전성·가격 등)를 파악해야 한다.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는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하고 국내·외 소비자에게 홍보마케팅을 통해 브랜드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농작물의 3고 전략 즉, 고품질화·고건강기능성화·고수량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테면 생산관리 시스템에 의한 생산관리 시스템에 의한 적기작업 지원, 식물공장 단지 등도 추진해야 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에 의한 개인별 기호나 건강 상태에 맞춘 농작물의 조리·제공 방법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빅 데이터의 수집·활용을 통한 농업혁신을 창출함에 있어 제주의 문제점은 풍부한 데이터의 부족 그리고 인재 확보와 육성의 한계이다. 농업혁신에 투입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도내 대학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이유이다. 

다가올 미래는 빅 데이터를 가진 강자와 못 가진 약자로 나뉘게 된다. 양극화로 일어나는 소외감은 실로 클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과 마주하고 있다. 아니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됐으리라. 

독일의 장미꽃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이다. "우리의 미래는 실제 외부로 나타나기 훨씬 이전, 우리 안쪽에서 먼저 그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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