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인학대 81건 적발 3년간 17%↑
가해자 절반 '아들·딸' 인권존중의식 시급

최근 김순복 할머니(가명·70대)는 아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평소 알코올 의존증을 앓던 아들은 술만 마시면 습관적으로 김 할머니에게 손찌검을 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노쇠한 몸을 다친 김 할머니는 응급치료를 받고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에 보호 조치됐다. 아들은 병원에서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고 있다.

제주지역 노인학대 문제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의 절반이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노인학대 건수는 2014년 69건에서 2015년 72건, 2016년 81건으로 최근 3년간 17.4% 증가했다. 총 222건 가운데 가해자가 자녀(아들·딸)인 경우는 111건으로 절반(50%)을 차지했다. 이 외에 배우자 45건(20.2%), 본인 32건(14.4%), 며느리 7건(3.1%) 순이었다.

학대피해노인 90% 이상은 신체적으로 힘이 약한 할머니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학대를 당해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쉬쉬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학대피해노인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는 20%에도 못 미친다. 주로 이웃이나 친척 등 주변인이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대노인 61.1%가 '가족이기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나가보면 직원들까지 신체적인 위협을 받아 경찰이나 119구급대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인권존중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의식개선을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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