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봉 엔젤산부인과 원장·의학박사

자궁경부암은 매년 5만명 이상 진료 받고 있는 암으로 우리나라에서 한해 3600여명이 새롭게 진단을 받고, 하루 평균 2~3명이 사망(2015년 기준 967명,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20~39세 젊은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 받는 수가 증가하는 등 자궁경부암 발생이 젊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정기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하고 초기에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나 근본적으로 암 발병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예방법임은 자명하다.

근본적으로 자궁경부암 발병을 차단하기 위해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무료예방접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인과관계가 규명되지도 않은 백신 부작용 문제가 과장되게 부풀려지면서 국가 자궁경부암 무료예방접종사업이 적극적인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만 12세 딸을 둔 부모들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일본 언론에서 백신접종 후 부작용으로 급성파종성뇌척수염과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했다고 보도했고, 국내 매체들도 두 개의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성파종성뇌척수염과 길랑-바레 증후군은 백신과의 연관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허가사항 변경사항에 두 개의 사례를 포함시키면서 부작용이 과장된 것이었다. 

이미 WHO산하 국제 백신 안전성 자문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의약품청, 영국의약품 규제기관 등이 자궁경부암 백신과 부작용 가운데 가장 많은 사례로 꼽히고 있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대해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안심하고 백신접종을 맞으면 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알려진 부작용 사례 때문에 일부에서 아직도 자궁경부암 무료예방접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4000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을 받고 1일 평균 사망자가 3명에 이르는데, 극히 적은 부작용 때문에 백신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접종을 꺼리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임은 당연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및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도 "관련 자료를 세심히 검토해본 결과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으며, 더욱이 자궁경부암 예방을 통한 여성 건강 증진이라는 백신의 효과를 고려할 때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자궁경부암 무료예방접종 사업이 시행된 후 접종을 받은 약 15만명 중 이상반응을 보인 16건(0.01%)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예방접종과 관련성이 있는 특이반응이 없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례 총 16건에 대한 세부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예방접종 후 장애·사망을 초래하는 중증 이상반응 발생은 한 건도 없었으며, 신고된 사례도 심인성 반응 또는 일시적인 두드러기나 발열, 두통 같은 경미한 반응이었기에 백신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궁경부암은 매년 1000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백신접종 후 경미한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며칠이면 사라지기에 자궁경부암 예방이라는 큰 이득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자세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막연히 잘못 전달된 정보 때문에 혹은 경미한 부작용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보다는 "딸에게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게 해주는 큰 선물을 준다"라고 생각해서 부모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