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공공기관의 '갑질(부당처우)'행위가 가장 많은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드러났다. 지난 12일 국민권익위가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갑질'과 관련, 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6073건을 분석·공개한 결과 공공기관이 전체의 31.4%인 1904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공기관의 '갑질'은 국민들에 대한 업무처리 지연 및 불친절·폭언 등 부당한 대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민원처리 담당공무원의 말이 너무 빨라 알아듣지 못한 70대 노인이 다시 같은 질문을 하자 해당 공무원은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네. 짜증나게"라고 불친절·폭언으로 일관했다. 업무처리 지연과 관련해서는 다가구 주택 준공 과정에서 담당 부서가 "기다리라"는 무성의로 신속하게 완성 필증을 지급하지 않아 공사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한 사례가 제시됐다. 

국민권익위가 '갑질' 공공기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국 청렴도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가 매년 공공기관 청렴도를 조사·발표할 때마다 도민·전문가 등 외부 정책고객의 불만으로 제주특별도가 전국 최하위나 하위권을 맴도는 일이 반복되는 탓이다. 

도민 등 외부 정책고객의 냉혹한 평가는 국민권익위가 지난해 발표한 청렴도 결과에서 드러난다. 제주특별도 청렴도가 전국 17개 시·도중 12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한 가운데 공직사회 업무처리를 경험한 도민 등 민원인들은 16위, 학계·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은 17위로 모두 최하위 판정을 내렸다. 또 제주도교육청 1등급, 제주관광공사 2등급,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제주도개발공사 3등급으로 도내 다른 공공기관이 상위권을 보인 반면 제주특별자치도만 하위권을 기록, 외부정책고객들은 공직사회가 아직도 공정·투명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국 청렴도 최하위는 국민권익위의 발표처럼 제주도 공직자들이 인·허가 민원을 처리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악용하는 갑질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부문이다. 모든 인·허가에는 처리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아 기한 자체가 무의미한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또 정부가 인허가 기간이 지났음에도 해당 부서가 결론을 주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인가나 허가된 것으로 인정하는 인허가 간주제도를 추진하고 있지만 처리기한 마감일에 맞춰서 서류 보완을 요구,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는 행정권한 오·남용 사례도 없는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제주특별도가 외부정책고객 만족도 향상 등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갑질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원희룡 지사의 공직자 개혁 의지가 늘 충만해야 한다. 원 지사가 최근 주간정책회의에서 청렴도 향상과 관련해 "외부정책고객(민원인) 만족도 조사가 결국은 행정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라며 미흡한 업무 개선과 교육 강화를 제시했지만 얼마나 달라질지는 공직자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제주특별도는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중앙정부가 쥐었던 인·허가권도 행사하는 등 권한도 커졌기에 공직사회가 갑질을 행사하면 도민 등 민원인들은 다른 지역 주민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공직사회에 선의의 위기감을 주고, 외부정책고객 만족도를 높일 성공사례를 만들어 공직자의 의식을 바꾸는 원 지사의 지속적인 행정개혁은 필수다. 

손자병법에는 아무리 내가 유리한 고지에서 월등한 전력을 갖고 있어도 상대방이 도망갈 곳을 만들고 몰아야 하다는 구절이 있다. 행정권한을 쥔 제주도 공직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도민 등 외부 정책고객을 궁지로 몰아넣으면 청렴도가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 불행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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