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항 주변 가정집 마당 지반 무너져
"내항 정비공사 원인" 민원에도 뒷짐

"무너진 마당보다 억장이 더 무너집니다"

제주시 애월읍에 거주하는 김모씨(37·여)는 최근 집 마당이 무너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 18일 오후 1시께 마당 아래 깔려있던 암석이 와르르 무너져 가로 3m·세로 1.3m 크기의 구멍이 생긴 것이다. 애월항 내항에 인접한 매립지였지만 지난 30년간 태풍이 몰아쳐도 멀쩡한 마당이었다.

김씨는 "당시 너무 놀라서 애월읍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는데 공무원이 '사유지인데 어쩌냐', '대신 봐줄 남자가 없느냐'는 답변을 들었다"며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대응 방법이라도 조언해주길 바랬는데 오히려 비웃는 듯한 느낌에 상처받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해 마무리된 애월항 내항정비 공사가 마당 붕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제주도에 전화를 걸어 또다시 사정을 이야기했다. 

도는 당시 공사업체 관계자를 보내 현장을 살펴보게 했지만 결국 "우리 책임이 아니다. 집이 오래되서 그렇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김씨는 "공사 당시 지속적인 진동으로 암석에 균열이 발생했을 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책임만 회피하는 행정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내항 정비공사를 실시했다. 배가 접안하기에 얕은 해수면을 평균 1.5m 밑으로 통일시키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포클레인 등을 투입해 암석 굴착작업을 벌였다.

애월읍 관계자는 "민원이 많다보니 받아들이는 분들에 따라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남자가 없냐는 질문은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며 "당일 바로 현장을 둘러보고 붕괴 원인에 대해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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