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봄철이 다가왔다. 산책로마저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주변의 북한산을 일주하는 '둘레길'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북한산은 '조종(祖宗)산'으로 표현해왔다. 그럴 만큼이나 도읍지의 선정과정에서, 상징적 위치에 놓인 '신비한 산세'를 자랑한다. 삼각산의 뉘앙스에서 풍기듯, 세 봉우리로 솟아오른 연꽃처럼 신비경(神秘境)을 드러낸다. 이런 신비경에 따른 것인지, 북한산줄기에는 '50여개의 산사(山寺)'들이 들어서있다.

도시민들에게는 위대하고 신비한 산세와 함께 역사가 누적된 곳에 관심을 끌게 만든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주말에는 휴가를 즐기려는 등산객으로 넘쳐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이고, 민심을 등에 업은 정책수립도 이런데서 동반해왔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올레길'도 이미지에서 비슷하더라도, 파생(派生)계보에서 '둘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  

어느 것이나 '외래문화' 도입으로 본격화된 것이 확실하다. 미국서부지방은 근대사를 통해, 개척자(pioneer)들이 거쳐간 곳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말과 마차(馬車)가 대거 동원되고, 순조로운 이동을 위해서 '판도(板道)'가 설치돼왔다. 기상조건이 악화될 때마다 노면(路面)이 빠져들기 때문에 이런 제약조건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것이 나무판자로 된 '임시방편의 포장도로'였다.  

여기에다 접근하기 어려운 온천지대까지 겹쳐있다. 옐로스톤(yellow stone)공원은 대표적이며 '전형에 가까운 판도'가 설치돼 있다. 뜨거운 온천수와 함께 증기는 현재도 뿜어나옴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게 '화상(火傷)'을 입힐 가능성이 도사려있다. 그런 까닭에 판도설치로서, 관광객들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런데서 등장한 문화형태는 서진이동(western movement)을 거치면서,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향해왔다.

이것이 동양을 향해서 일찍 들어온 서구문화 흔적이며 '시종(始終)점간의 노선(路線)'을 통해서, 이동해온 문화 흐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는 해안에 자리한 항만들이 외래문화를 수용해왔는데, 오사카(大阪)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사카의 경우 저습한 지형이면서, 강수량이 많은 관계로 제약이 따랐다. 그래서 강구한 것이 목판도로였고, 이것을 '사카미찌(坂道)'로 통용해왔음으로, 같은 맥락이면서 '흙과 판자를 중복한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글자에서 유사성을 안을 뿐 아니라 '건조한 지반구축'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점에서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미국서부에서 등장한 프랭크로드(plank road)와 같은 맥락이다. 관광지로 부상한 제주도에도 '올레길'이 등장했고, 보편화 단계에 이르렀다. 기상변화가 큰 상황에서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래서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해안에 놓인 폭포와 해벽(sea cliff)에는 '올레길'이 설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개울을 건너가는 널다리'로서, 판교(板橋)와 벌교(筏橋)는 이미 존재해왔다. 이런 점에서 원류가 불투명하더라도, 변천단계를 거쳐온 것만은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에게 '당장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중(荷重)을 고려한 '안전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이다. 또한 '문화의 전통성'을 외부에 알리는 점에도,유의할 필요성을 떠안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올레길의 뉘앙스'처럼, 사람들이 오가는 '본래적 의미'와 함께, 현재와 같은 획일화 방법을 지양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통로기능을 갖춘 '원초적 의미'를 찾는 것이 필수적임으로, 돌담길로 된 '협로(峽路)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읍성을 연결해온 '구(舊)관도'를 활용하는 것도 구상할 때다. 병행해서 지역특성을 살려 '붉고 가벼운 부석(浮石)'을 소재로 삼는 한편, 자갈을 활용하는 '사리도의 설계'도 떠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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