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전 초등학교 교장

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5월이면, 스승의 날도 어김없이 돌아온다. 올해부터는 선생님께 꽃 한 송이 선물하는 것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국민권익위원회는 해석했다. 사랑과 공경을 가득담은 감사의 마음만 선물하자. 

최근 환갑, 진갑을 다 넘긴 제자들이 초등학교 졸업 50주년 기념 사은 행사를 칼호텔에서 성대하게 가졌다. 선생님들의 연세는 평균 80세가 넘어 이미 작고한 선생님도 세분이나 됐다. 사은회는 선생님께 "고맙습니다"는 큰 절과 고인이 된 선생님의 명복을 비는 묵념의 순서로 진행됐다. 제자들은 이제야 스승님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을 후회하며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4학년 때 선생님께서는 그 당시 학교에 우리들이 읽을 수 있는 도서가 400권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교장실에 보관하고 자물쇠로 문이 잠겨 있었던 것을 그 자물쇠를 열고 우리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우리들은 위인전, 세계명작동화 등을 읽으면서 비로소 꿈을 꿀 수 있었다. 타계하신 5, 6학년 때 선생님은 공부에 좀 뒤쳐 있거나 가정환경이 어려운 제자에게 따뜻한 배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자들은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줬던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은 이렇게 제자들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위치에서 소중하고 보람 있는 일을 했다. 이상적인 사제지간의 고사성어를 소개한다. 

첫째, 때맞춰 비가 내려야 초목이 쑥쑥 자란다는 '시우지화'가 있다. 제자가 잘되도록 제 때에 바로 잡아 주는 스승의 가르침이라는 뜻인데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제 때에 내리는 봄비 같은 존재다. 

둘째, 산파가 임산부를 도와 아기를 순산하게 도와주는 작용과 비슷하다는 서양의 '산파술'과 달걀 안팎의 두 존재(어미닭과 병아리)의 힘이 알껍데기에 작용할 때 병아리는 온전한 생명체로 태어날 수 있다는 동양의 '줄탁동시'가 있다. 

셋째, 당나라 시대의 한유의 '잡설(雜說)'에 나오는 '세유백락 연후 유천리마(世有佰樂 然後 有千里馬)'는 세상에 백락이 있어야 천리마도 있다는 뜻인데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면 재능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고 그대로 썩어버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빛의 천사' 헬렌 켈러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각·시각 장애인이 됐지만 대학 교육도 받고, 인문학 및 법학 박사의 칭호를 받았으며 한평생 맹인 복지 사업에 헌신하면서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설리번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는 그녀가 남긴 글 '내가 사흘간 앞을 볼 수 있다면' 중에서 '첫째 날,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고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국제구호활동가이자 작가인 한비야씨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의 "일기를 참 잘 쓰는구나" 이 한마디 칭찬이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등의 저서를 태어나게 만들었다고 강연에서 강조했다. 

선생님의 자상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졸업생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지금처럼 내우외환으로 국가가 어렵고 절망적인 때일수록 교육은 희망으로 우리에게 다가와야 한다. 교육이 백년대계이고 교육입국이라고 하지 않은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진정성 있는 교육대통령의 당선을 기대한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선생님 가르침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세상의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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