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옛말에 天下憂樂在選擧(천하우락재선거)라는 말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걸려있는 글귀다. 선거 때만 되면 단골로 인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혜강(惠崗) 최한기(崔漢綺) 선생이 1860년에 쓴 인정(人政) 제17권 선인문(選人門) 편에 나오는 말이라 한다. 

어느날 인터넷에 올라있는 번역문을 찾아봤다. "어진 이를 뽑아 정치를 하면 세상 모든 백성들이 평안하게 되나,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세상 모든 백성은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백성들도 선거에 대하여 걱정하고 즐거워할 줄을 안다" "선거는 백성의 뜻을 따라야 한다" 

참으로 놀랍다. 혜강 선생은 평생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책만 읽은 선비인데 어떻게 선거의 본질을 이렇게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을까. 그때와 지금은 선거방식도 다르고 주체도 다른데말이다. 본질은 15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늘은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갈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다.  

이제 각 후보와 정당의 치열했던 선거운동이 마무리되고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 우리의 선택에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의 발전과 우리 가족의 미래가 달려있다.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 그리고 자질을 꼼꼼히 따져보고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 도내 230곳에 마련된 투표장에 가서 선택의 결과를 투표로서 보여줘야 한다. 

최근 치러진 대통령선거의 우리 제주지역 투표율을 살펴보면 전국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대통령선거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적다는 뜻이다.

다들 알다시피 헌법 제1조 제2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뜻을 나타내야 가능하다. 

권력은 투표에 참여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국민으로부터는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오직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만을 두려워한다.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한 표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한 동력이 된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표의 무게만큼 민주주의의 정당성은 더욱 견고해진다. 소신 있는 투표야말로 이 나라의 주권자가 바로 국민임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다. 

150년 전 혜강 선생의 말처럼 모든 국민을 평안하게 해 줄 지도자, 모든 국민을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지 않게 해줄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조작됐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말씀드린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선관위의 투·개표관리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투표뿐만 아니라 개표도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다. 믿고 맡겨도 된다. 믿기지 않으면 개표장에 직접 한 번 가볼 것을 권한다. 

선거관리위원회뿐만 아니라 교사, 공무원, 금융기관 직원 등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정한 개표를 위해 밤잠을 반납하고 헌신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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