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

문화가 국가운영 기조의 주요정책으로 대두되면서 문화를 이루는 핵심콘텐츠인 예술분야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 예술분야가 자생력을 갖고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과 대기업의 지속가능한 사회 환원정책 등이 적절하게 조화돼야 한다.  

1989년부터 시작된 예술의전당교향악축제는 한화가 후원하며 매해 서울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2008년부터 시작돼 매해 6월 제주표선해비치호텔과 도내 공립문화공간에서 개최되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등은 국내 대기업의 지원과 지자체의 정책이 맞물려, 함께 추진하는 대표적인 순수예술축제다. 

또한, 리움미술관 및 호암미술관과 아트홀 등을 지원하는 삼성문화재단, 그리고 서울 강남에 위치해 고급 공연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LG아트센터, 영재예술가 발굴 및 이를 지원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서울종로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두산문화재단, 여수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는 지역민들에게 수준높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메세나(Mecenat)활동은 기업측에서는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것 외에, 기업이미지까지 높일수 있어 기업운영의 전략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예술분야의 공공지원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보몰과 보웬(Baumol& Bowen)의 「공연예술: 경제학적 딜레마」의 논문에서 시작됐는데, 이 논문은 공연예술의 재정적 위기를 실증적 방법으로 연구한 내용으로 미국의 연극, 오페라, 음악, 무용 등 공연분야를 대상으로 조사분석했다. 분석 결과 극단과 오케스트라의 비용증가가 공연수입의 증대보다 더욱 빠르게 증가하므로 예술분야에 대한 공적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즈음 미국 문화정책의 근간인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미국연방예술기금)이 설립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 벤치마킹됐고, 우리나라의 문화분야 거버넌스의 대표적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역의 문화재단이 이를 모델로 설립되기도 했다. 

세계 어느 국가나 지방이든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공공지원은 문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안으로는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밖으로는 대기업의 지속적인 사회 환원정책이 적절하게 조화될 때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제주에도 수많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호텔 및 휴양시설 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를 정책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때문에 문화분야는 지방정부의 문화예술지원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1960년대 선진외국의 문화정책은 '보몰과 보웬'의 논문이 기초가 된 예술지원정책이 우선됐으나 2000년대 이후의 문화정책은 단순 지원에서 자립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예술경영이라는 전문분야가 중심을 잡고 있다. 예술경영분야는 공연 전시기획, 예술단체, 문화공간, 문화축제, 문화상품 및 문화콘텐츠 등 문화예술 전반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도 1990년 경부터 운영되면서 학위를 이수한 전문가들은 유관기관에 채용돼 전문성을 높이면서 그 성과들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해지고 있다. 

기존의 문화예술정책이 예산지원의 단순한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방향을 바꿔, 예술단체나 기관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기관과 행정중심의 문화정책에서 예술가와 시민중심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제작자 중심에서 향유자 중심으로 전환돼 보다 많은 시민이 보다 수준 높고 다양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정책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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