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어린 시절 상상했던 일들이 실재가 돼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을 접하며 놀라울 때가 종종 있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화상통화 같은 것들은 공상과학소설 속에나 들어있는 것으로 실현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기술은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상상을 훨씬 넘어선 수준으로 발달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각종 기기의 사용법을 터득하려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다시 세상이 혁명수준으로 바뀐다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노동력의 변화,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통한 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디지털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지능정보기술이 초래하는 혁명으로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을 포함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모든 것을 뒤바꿔놓을 만큼 거대한 파괴력과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면서 인류는 눈부신 기술 발달의 혜택을 누리게 되겠지만, 일자리 위협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250여년의 산업사를 돌아보면, 늘 급변하는 시기는 일자리 변화가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과물인 인공지능은 인간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며 공장 근로자 대신 일을 하는 로봇의 수준이 아니다. 인간처럼 '지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학습능력이 있고 자율적 판단을 한다. 그러니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도 위험하다. 

지난해 인간 최고의 바둑 기사를 이긴 '알파고'를 통해 우리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단순노동만 하는 기계가 아니란 걸 이미 봤다. 인공지능은 날로 학습하고 점차 똑똑해지 면서 단순노동만이 아니라 그 어느 직종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와 독점권을 누려왔던 전문직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은 의학저널과 교과서, 각종 전문자료, 의학계 최신 동향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분석해 암을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왓슨은 우리나라에서도 활약중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150명이 넘는 암환자를 왓슨이 진단했다고 발표했다. 로봇 약사가 처방전을 조제하고 인공지능이 세무신고를 한다. 신문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스트, 투자자문을 해주는 로봇 어드바이저도 등장했다. 

인공지능 기업인 '뉴럴링크(neural Link)'는 초소형 인공지능을 인간의 뇌에 이식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한다. 이 기술이 현실화돼 인간의 뇌에 외국어 칩을 이식하면 전혀 모르는 언어를 술술 말할 수 있게 된다. 외국어와 관련된 직종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710만개의 일자리가 소멸되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결국 51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고용정보원도 약 400여개 국내 직종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청년실업과 중장년 퇴직불안이라는 고용절벽에 서있는 우리로서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불안정을 겪을 수 있다. 또 고용을 전제로 한 현재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은 점차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을 지연시키거나 그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없다. 글로벌 경쟁시스템이 존속하는 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질주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선택과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바뀔까. 그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우리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 같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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