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일 제주서부경찰서 한경파출소

초임 순경 시절이었다. 야간근무가 끝나가는 동이 틀 무렵 112순찰차를 운전하고 관내를 한 바퀴 둘러본다. 긴장의 연속이었던 온 밤을 하얗게 새우고 난 뒤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안도감.
"하느님 오늘도 무사히 날을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깊은 데서 끓어오르는 벅찬 감흥이랄까. 신임 때 매번 느껴온 가슴 벅참이었다. 경찰이 왜 존재할까. 과연 무엇 때문에 경찰을 찾고 누군가에게는 경찰이 왜 꼭 필요한 존재일까.

혹자는 음주·무면허 단속에 신호위반, 안전띠 스티커를 끊는 눈에 보이면 귀찮고 불편한 이들로 각인되어 있을 법도 하다.

단속만 하는 경찰이 아니다. 그 외 살인, 강도, 성폭행, 절도, 폭력, 마약, 방화, 조폭 등 강력 사범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피의자를 검거하는 활동 말고도 지역경찰로서의 112순찰 신고처리, 교통사고 및 도난사건 예방, 그리고 홀로어르신이나 심야에 도움이 필요한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일일이 돌보는 일도 포함된다.

집회·시위에 대비한 정보활동 또한 그러하며 그 밖에 여러 분야가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경찰로서 근무하는 데에는 먼저 밑바탕이 되어야 할 본분이 있다.

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감이요 사회에 대한 열정이다.

치안활동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경찰의 보람은 무엇일까. 아마도 주민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시선과 격려의 한마디가 그 전부이리라.

"그래도 믿을 덴 경찰밖에 없다"는 지역주민의 한마디에 힘든 것도 잊고 뜨거운 마음으로 사건현장으로 달려간다.

일전에 딸과 함께 서울을 갔다 오는 길에 광화문 광장을 잠깐 들렀었다. 마침 4차 촛불집회가 있던 그 날, 광장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 질서 정연할 수가 없었다.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는 사람 하나 없이, 담배꽁초 하나 찾아볼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 이면에는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바라며 현장을 담담히 지키는 이들이 있다. 비좁은 버스 안에서, 그 마저도 허락지 않아 길바닥에 앉아 차갑게 식어버린 마른 도시락을 씹어 삼키며 끼니를 해결하는 경찰들이 있다.

필자는, 국가의 공복으로서 본분을 다하고자 하는 절대다수의 우리 경찰을 조금이라도 격려어린 눈길로 보아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경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 즉,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안전하고 평안한 사회를 만들고 지키는 일이다. 이렇게 주어진 임무를 단지 숙명으로 받들고 이를 묵묵히 수행하는 그들이 있다. 여러분 곁에 있다.

이것이 바로 "경찰, 그 존재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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