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봉성교회 목사, 논설위원

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가 돼간다. 나라가 달라지고, 사회 분위기가 새로워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반 년 이상 지리한 줄다리기 끝에 이뤄진 성과다. 

아직 새 정부의 진용이 다 드러나지 않았으며, 정책이 세세히 제시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의도와 정부의 방향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탕평인사는 나라 전체의 화합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로써 친노 혹은 친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반대자들의 악의에 찬 공격이든, 시민들의 의구심이든, 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원만한 국정운영은 어려운 현실이다. 

공을 세웠지만 멀리 떠나가거나, 일선으로 나서는 것을 포기해 인사권자의 짐을 덜어주는 인사들도 눈에 띈다. 오랫동안 측근으로서 협력하며, 정권교체라는 간절한 희망을 이루는데 기여한 몫이 작지 않지만, 물러서야만 하는 선택이 안타깝기도 하다.  

지역을 안배하는 인사의 원칙은 소중한 원칙이기도 하지만,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18세기 조선에서 영조는 탕탕평평의 인재등용으로 당쟁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갔다. 어느 세력에도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지 않고, 정국을 주도하려는 제왕의 노련한 통치술이었다. 

파격적인 인재 기용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을 더 깊이 신뢰하게 됐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검증된 일꾼들이 적절한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날을 우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청문회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선택이 바르다는 것이 확인됐으면 좋겠다. 청문회 이전에 도덕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흠이 없는 일꾼들이 선택돼 임명되기를 기대한다. 

당선과 취임 이후 대통령이 보여준 소통의 행보는, 오랫동안 많은 것이 구상되고 준비됐음을 입증한다. 많은 덕목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어려운 존재라는 점이 흠이었는데, 취임하면서 이를 말끔히 씻어냈다. 모든 장벽을 무시하고 만나고 위로했으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했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됐다. 

화해와 평화통일의 과제를 새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안보의 논리로 불신과 대립을 고수하는 보수층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세계의 정세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도 얽혀있어 우리를 괴롭힌다.  

구약성서에서도 비슷한 국면을 보게 된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도 강대국이 흥기하면, 외교와 군사동맹을 통해 해결하려는 생각이 세를 얻을 때가 많았다. 매우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함정이 숨어 있다. 

성경에서는 이를 두고서 우상숭배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정책이라고 예언자들이 비판한다. 왕실의 대외정책이 선명하게 제시되고, 백성들이 이를 믿고 따를 때에만 나라는 유지된다. 

신뢰하지 않는 권력자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고 싸울 수 있을까. 국방 능력은 좋은 무기를 들여 놓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취임 이전에 비해 오히려 더 폭넓고 진실한 행보로 시민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 그늘에 서 있기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세를 낮춰 공감을 이루며 소통한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장면을 보면서, 진정 우리나라 국정의 최고책임자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촛불민심이 꿈꾸는 세계에 이제 들어서고 있다. 성큼 다가온 현실 속에서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사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대통령의 변모와 변신이 임기 내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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