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논설위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두 차례 대표단 방문을 하면서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제한 명령)이 다소 수그러들 분위기다. 그동안 사드 보복 조치로 얼어붙었던 중국인들의 제주도 단체관광이 하늘과 바다를 통해 재개되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래관광객은 360만명이다. 전체 관광객의 23%를 차지하고 2010년 77만명에서 매년 32%씩 큰 성장을 해왔다.

성장의 질은 우려할 만하다. 10명 중 9명이 중화권으로 지역별 쏠림이 심하고, 씀씀이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외래관광객 한 사람이 쓴 돈이 1466달러로 2014년 1783달러에 비하면 17.7%나 거꾸로 간 수치다. 중국인들에게 제주도 상품은 하와이의 1/4 가격이고, 몇 시간 머무는 크루즈관광객들을 포함해서 체류일수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유통구조, 송객수수료, 마이너스 투어피, 특정 여행사의 집중 등 저가 패키지상품에 대한 여러 이슈가 불거졌다. 환경문제,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젠트리피케이션)뿐 아니라 개별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주저하게 했다. 재개 소식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올해 제주관광 질적 성장 원년을 지향하는 제주관광 이해관계자들의 고민이 깊다. "싸게 팔 것인가. 아니면 다르게 팔 것인가"

뉴질랜드가 표방하는 '100% 순수 뉴질랜드(100% Pure New Zealand)'브랜드전략에는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이 있다. 뉴질랜드의 핵심가치인 '뉴질랜드다움(New Zealandness)'이 있다. 

네슬레, 하인즈, 아사이 등 글로벌 식품제조업체를 즐비하게 보유하며 청정국가 이미지를 홍보한다. 그저 자연을 보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관광하며 연간 330만명의 관광객이 매일 400만원을 기꺼이 지불한다. 

"제주가 가진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제주도를 방문한 주한 뉴질랜드 대사 클레어 펀리(Claire Fearnley)가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분명하다.

중세시대 고성(古城)으로 유명한 인구 6만의 소도시 소프론(Sopron)은 임플란트의 천국이자 헝가리를 유럽 의료관광의 허브로 올려놓았다. 

치과병원이 300개, 외국어에 능숙하고 의료기술이 뛰어난 치과의사만 1400여명이다. 2014년 기준 5만여명의 순수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5∼8일간 체류하며 치과진료를 받는다. 여유 시간을 이용 온천과 진흙목욕, 승마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하루에 100만원, 연간 3000억원을 소비한다. 

2010년 조성된 싱가포르의 리조트월드 센토사(Resort World Sentosa)와 매립된 바닷가의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는 각각 6∼7조원이 넘게 투자된 사업이다. 

MICE산업, 쇼핑몰, 엔터테인먼트, 의료관광을 융·복합화하며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됐다. 지난해에만 관광객 1520만명, 18조의 수입을 쓸어 담으며 도심형 관광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개별자유여행(FIT, Foreign Independent Tours)인가. 아니면 단체관광인가. 청정인가 첨단인가. 그리고 섬과 도시형 관광모델 사이에서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결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다양성의 공존이다. 단체관광의 떠들썩함과 훌쩍 떠나온 욜로족의 한적함,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를 위한 럭셔리 웰니스 패키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생태관광, 특화된 진료의 의료관광, 노인층을 위한 체류·휴양형 관광 등이 공존해야 한다. 

단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제주가 갖고 있는 핵심가치(Core Value)다. 제주를 제주답게 하는 제주다움의 복원이고 제주다움의 유지다. 훼손돼 재방문이 없는 제로섬이 아니라 지속가능의 상생섬이 돼야 한다. 

제주가 생애주기 첫 관광지이고 마지막 여행지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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