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은 한의사

고된 노동이후 기력이 약해졌을 때 우리는 "진이 빠진다"라는 표현을 쓴다. 진이란 진액(津液)을 뜻하는 것으로 인체나 식물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액체다. 한의학에서는 오액(五液)이라 해 우리 몸에서 나오는 소변을 제외한 다섯 가지 분비물인 눈물, 땀, 침, 콧물, 뱉은 침이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노폐물 배설과 관련되지 않은 눈과 코 등의 인체의 다섯 가지 구멍들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 등 이물질들이 날아다니는 봄철에 인체는 방어하기 위해 코털과 콧물로 무장을 한다. 코털은 빗자루처럼 0.5nm 이상의 비교적 큰 입자를 막지만 그보다 작은 입자는 콧물이라는 점액이 막는다. 점액은 수분이 있고 끈끈해 미세먼지, 꽃가루 혹은 그보다 더 작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흡착시켜 씻어내린다. 

여름에는 뜨거운 온도와 땡볕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서 땀은 멈추지 않고, 입은 마르게 돼 이로운 진액들이 계속 말라 모이지 못하고 결국 끊어지게 된다. 한방에서는 더운 여름 진액을 보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승정원일기에도 기록된 '생맥산'이라는 약을 처방했다. 

생맥산의 주재료는 맥문동, 오미자, 인삼 등이다. 맥문동은 찬 성질로 더위에 지친 신수(腎水)를 자양하며 다량의 점액질과 포도당을 함유하고 있어 갈증과 영양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다.

오미자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 맛이 나타나는 한약재인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신맛이다. 신맛은 침을 고이게 하고 진액을 생성 시킨다. 인삼은 예로부터 진액을 만들고 갈증을 없애는데 쓰이는 약재다. 올 여름 진(津)이 빠져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치고 힘이 나지 않을 때에는 생맥산을 복용해 남은 1년을 잘 이겨나갈 수 있게 진액을 보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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