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2017 제주한국지역도서전 26~29일 한라도서관 일원서 펼쳐져
강수길 산지니 대표 “지역 책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자생력 확보”

전국 첫 2017 제주한국지역도서전 26~29일 한라도서관 일원서 펼쳐져

강수걸 산지니 대표 “지역 책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자생력 확보”

 

‘촛불 대선’만이 아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발생했던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불거진 출판 다양성의 붕괴 우려 등 일련의 흐름은 우리나라에서 과연 ‘지역’ ‘지방’이란 무엇인가를 바자위게 물어댔다. 대도시 바라기를 하느라 아주 기본적인 발전의 문법에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지역이라는 이름의 톱니바퀴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 작은 동력 전달장치에 기름을 칠했다.

지난 25일 시작해 29일까지 진행되는 2017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의 의미다. ㈔제주출판인연대 주최·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제주출판인연대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제주를 시작점으로 설정하며 지역성을 강조했다. 중소규모 지역 출판사 70여곳이 펴낸 책 1500여종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첫 행사라는 묵직함에 더해 출판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 출판’의 역할과 방향을 설정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사전 회합에서 보였던 의지는 이후 벌어진 블랙리스트 파문과 송인서적 부도 등을 앓으며 더 단단해졌다.

26일 행사 일환으로 진행된 ‘지역출판,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주제 공동 라운드테이블이 그랬다.

부산 산지니출판사의 강수걸 대표는 ‘송인서적 부도 이후 지역출판의 과제’ 발제에서 책을 만드는 일보다 알리고 팔고 읽게 하는 구조에 대한 고민을 꺼내 공유했다.

강 대표는 △충성도 높은 독자 개발 △안정적 유통 구조 확보 △자생 동력 확보를 제안했다. ‘좋은 책이니 읽어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읽어줄 시장을 확보하고 작은도서관이나 도서 희망기관 등을 활용한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지역출판사가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 예로 수원의 문화잡지 ‘사이다’와 용인시에 이어 부산시가 적용을 시도하고 있는 ‘지역서점과 연계한 지역출판사 시민희망 대출제도’를 소개했다.

강 대표는 “정부차원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번 전국도서전처럼 당당하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라며 “다양성의 원천인 지역 문화의 중심에 지역출판사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30년을 채우는 일본 지역도서전 ‘북인돗토리’ 코타니 히로시 실행위원장의 조언도 공감을 샀다.

지난 1987년 일본의 중소도시 돗토리현에서 시작된 책 축제는 ‘돗토리 모델’이라 불리는 도서관 활동 환경 만들기 캠페인을 유도했다. 문제는 예상외 상황에서 발생했다 코나니 위원장은 “전반적인 출판업계 불황 여파로 지역 출판 역시 ‘팔리는’ 출판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또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없게 됐다”며 “도서 환경과 젊은 층 유도 등 ‘세대교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지역도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코나디 위원장은 “책의 국체(국민체육대회)를 내걸었지만 다른 현에는 돗토리현서점조합 같은 조직이 없어 전국 순회의 꿈을 이룰 수 없었다”며 “전문가들이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공감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힘”이라고 평가했다.

2017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은 ‘동차기 서차기 책도 잘도 하우다예(동네방네 책도 많네요)’를 테마로 29일까지 한라도서관 일원에서 진행된다. 1000명의 독자가 격려한다는 의미의 천인(千人)독자상은 개최지인 제주를 제외한 지역 소재 출판사를 대상으로 지역출판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책, 출판사의 기획과 작가의 치열함이 돋보인 책, 작품의 독창성과 완성도를 기준으로 분야별 수상자를 선정했다. 출판대상에는 「남강오백리 물길여행」을 낸 도서출판 피플파워와 저자인 권영란씨가 선정됐다. 공로상 작가 부문은 내일을 여는 책에서 발간한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의 저자 윤일호씨가, 출판사 부문은 윤중호 글·양상용 그림의 「돌그물」을 펴낸 책마을 해리가 뽑혔다.

지역문화잡지, 제주4·3도서전, 제주올레 소재 도서전,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기획전, 지역대학 출판도서전, 판매도서전 등 전시와 북카페, 작은책방 등 제주도내 문화공간 10곳에서 지역 출판인 강연회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행사는 수원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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