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연일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행보가 화제다.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2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벌써 '이것이 나라였구나'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게 나라냐'에서 '이것이 나라다'로 국민적 인식을 바꾸는 데는 불과 한 달의 시간도 필요치 않았다. 대통령부터 실천하고 있는 기득권 내려놓기에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담에는 눈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실천하고 있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에 더욱 절절하다. 세월호 재조사 지시, 5·18 37주년 기념사 등 눈에 드러난 약자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독도강치 넥타이, 5년째 신고 있는 청각장애인이 만든 낡은 구두야말로 국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인간 문재인의 삶이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이기에 그의 국정운영에 대한 능력과는 별도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던 품성에 대한 신뢰도는 일정수준 이상이었다.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국정수행 능력과 개인 이미지 둘다 그 기대이상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신임대통령이 처한 국정현실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정전반에 걸쳐있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녹록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넘어 새대통령, 새 정부는 선거구호 그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경제의 안정화는 소득의 창출원이자 고용의 진원지다. 경제발전은 정치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모색하면서 약자에 대한 분배의 고려가 전면에 나서야 되는 것은 어쩌면 이처럼 자연스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장을 통한 혜택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경제의 지속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소득의 불평등이 낮을수록 성장의 속도가 빠르고 지속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는 많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건 소비부진이며, 이는 가계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다. 소득정체는 소비정체로 이어지고 기업투자의 부진과 경제성장의 둔화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렇다면 노동소득 분배율의 인상을 통한 소득의 증대와 소득의 형평성을 실현해 그것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창출로 연결시키는 일이 과제이며, 이 가운데 핵심은 임금격차의 해소다. 소득이 낮은 가구의 소비성향이 높다면 소득격차를 줄임으로써 소비를 높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실천과 전국민적 합의를 통해 일자리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길 기원한다.
그리고 5·18 기념식 행사를 지켜본 이들의 감동의 여운이 내년 제주4·3 70주년 추념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약속한다"면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도록 필요한 입법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내년 4·3 70주년 추념식에서 제주의 마음을 달래는 '잠들지 않는 남도'가 울려 퍼지는 또 한 번의 약자를 보듬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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