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서울에 사는 출향민 친구가 지난 5월 연휴에 제주에 다녀왔다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공항이 혼잡해서 탑승수속에 애를 먹었다면서 "제2공항은 언제쯤 되커라" 그 물음에  "글쎄, 10년 안에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영남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김해 신공항 건설사업이 제주 제2공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4월10일 김해 신공항건설 예비타당성 조사를 9개월 만에 마무리 짓고 심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총사업비 5조9700억원을 들여 연간 38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공항을 짓는 계획이다. 활주로를 포함한 공항시설과 신규 국제선 터미널, 도로·철도 등 교통망을 함께 건설하는 것으로 2026년에 개항한다는 목표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비보다 1조원이 더 많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4월20일 김해 신공항건설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예비타당성 통과 후 10일만이다. 기본계획수립 용역은 국제입찰방식으로 진행되며, 사전적격심사 및 기술제안서 평가를 거쳐, 6월부터 용역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본계획수립 용역과 동시에 공항주변에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소음문제에도 '소음 영향분석 등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시행해 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은 지난해 12월1일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음에도 현재까지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예산편성 때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지역주민과 갈등방지 방안을 협의해 시행하라는 것이다. 제주도와 국토부가 그동안 나름대로 지역주민을 만나며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주민과 협의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토부는 일단 '동굴 등 현황조사 및 전략환경영향 평가 용역'을 공고했다. 용역기간은 착수 후 1년이다.

2025년에 개항한다는 제주 제2공항과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김해 신공항 건설은 초기에는 시기적으로 제주가 6개월 정도 앞섰으나, 지역주민과의 협의부진으로 선두권이 뒤바꿔졌다. 앞으로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주민 협의에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가늠할 수도 없다.

정부의 예산편성에서 공항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가예산은 한정돼 있다. 그 배분에 제주는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김해 신공항은벌써 기본계획 용역이 앞섰을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영남권 인구와 국회의원, 그 지역출신 대통령의 후광으로 예산 확보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는 상대적으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 공항건설은 4조9000억원의 국비가 들어가는 사업으로 제주도의 미래를 견인할 프로젝트다. 이 사업으로 인해 생산유발효과 약 12조 중 57%인 6조8000억원이 제주도 경제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용역에서 분석하고 있는데도 머뭇거리고 있다. 

지역에서 일부 반대한다고 해도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거공약에서도 조건이 붙었지만 조속히 건설하겠다고 했다. 지금의 공항예정지 주변에 건축 등 개발행위 제한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해제할 가능성이 없다. 사업이 늦어지면 동부권의 발전도 미뤄지고, 해당 주민들이 불안정한 생활도 계속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착륙을 위해 종합경기장 주변과 이도아파트까지 건축고도가 제한되던 1990년대 초 어느 날이었다. 당시 제주시 김태환 시장께서 공항에 오셔서 시가지 건축고도 완화를 요청했다. 공항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반대하던 건설교통부 소속 담당과장인 필자에게, 고도제한 완화작업을 하게 한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방법이 있을 거야, 찾아봐 주게나" 

사람이 하는 일이다. 머리를 맞대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지금부터 바싹 서둘러도 10년 안에 될까 말까 한 사업이다. 지금처럼 시간을 허비한다면 10년 내에 공항건설은 요원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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