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산증인 '꽃의 화가' 김종학 화백 제주 개인전
9월 16일까지 갤러리 2 중선농원…미공개 인물화 18점 공개

"아름다운가". 팔순의 화백이 붓을 통해 던진 질문이 마치 '싱잉볼(Singing bowl)'의 그 것처럼 심오한 여운을 남긴다. 안과 밖을 치는 대신 봉으로 문지르는 것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 답이 없는 질문에 좌불안석할 필요가 없다고 어깨를 두드리는 것만 같다.

여든의 나이에도 하루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며 절대고독의 세계를 쌓고 있는 김종학 화백의 개인전 '새는 날아다니는 꽃이다'이 갤러리 2 중선농원에서 열리고 있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어 자연의 기운생동을 화폭에 담아온 '설악의 화가' '꽃의 화가'의 제주 걸음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초상화 18점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존재 자체로 한국 현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이기도 한 김 화백은 최근 들어 예술을 향한 강한 사랑과 집착을 담은 기획들로 '다시 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제주 개인전 역시 그런 맥락에서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뭔가 구체적인 대상이나 구상화를 그리고 싶을 때 '사람'을 골랐던 그지만 정작 그 얼굴은 누구의 것도 아닌 화가의 마음 속에 새겨진 것이다. '아무도 아닌 누구'는 낭만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은 대신 솔직하고 생기 넘친 자연의 생명력과 연결된다. 풍경화가 자연의 몸을 빌린 사람이라면, 인물화는 사람으로 표출된 자연인 셈이다.

그래서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다 대상에 부여하는 관념과 감정의 산물만 있을 뿐이다. 작품들에서는 숫자인 나이를 걷어내고 여전히 사랑 넘치는 소년의 심장이 반짝인다. 감정 기복에 영향을 받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필력은 사춘기를 넘어섰으나 여전히 아름다운 존재 앞에서 몸 떨 줄 안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토·일요일은 휴관한다. 문의=755-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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