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평화롭던 마을에 강진이 발생하고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가 새기 시작하면서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사태를 확대시키지 말자는 국무총리와 사고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게 된 대통령이 대립하면서 정부 재난 수습체계도 흔들린다. 방사능 유출의 공포가 확산되고 주민들의 대피 행렬로 온 나라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지난해말 개봉해 관객 450만여명을 동원한 영화 '판도라'는 당시 경주 지진을 예견한 듯한 현실 묘사로 화제를 낳았다. 많은 재난 영화를 봤지만 원전사고는 정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지난 19일 0시 가동을 멈추고 영구 정지됐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지 40년만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건설 당시 고리 1호기의 총 공사비는 3억달러(약 3400억원)로 1970년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막대한 사업비로 국내외에서 무모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정부는 외국에서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했다.

고리 1호기가 지난 40년 동안 생산한 전력은 15만GW로 부산시 전체 한해 전력 사용량의 34배에 이른다. 고리 1호기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으로 우리나라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원전 중심 발전정책의 안전성을 놓고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설계수명인 30년이 만료됐지만 10년간 수명 연장이 결정돼 10년을 더 사용했다. 고리 1호기의 가동은 중단됐지만 해체까지는 최소 15년이 걸릴 전망이다. 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도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신규 원전 건설계획도 전면 백지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이슈가 되고 있는 원전 정책을 국제 사회에 널린 알린 '탈원전 독트린'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안전한 전기는 공짜가 아니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에 따른 비용 문제 해결, 국민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탈원전 선언이 보다 먼 미래를 대비한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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