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스토리 / 양승철 수중사진가

취미로 수족관 관리하며 바다 속 관심...수중사진 입문
오염 등 환경 문제 아쉬움도..."보호하는 일 책임 느껴"

지난달 일본에서 낭보가 하나 전해졌다. 제1회 일본 오키나와 마스터클래스 수중촬영대회에서 제주 수중사진작가가 금상을 받았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수중사진작가들 사이에는 "대단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양승철 제주 수중사진연구회 회장이다. 또 다른 명함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소개된다. 펜션도 운영한다. 이쯤 되면 본업이 뭔지가 궁금해질 정도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으면 이해가 된다. "좋을 것을 볼 줄 알고, 지킬 줄 아는 사람이죠". 듣고 보니 그렇다. 아직 순수한 아이들의 아픈 곳을 살피고, 눈으로만 봐도 좋은 바다의 속을 더듬어 보며 지키고 보살펴야할 이유를 찾는 일은 닮았다.

아기 물고기가 우연히 가족과 헤어지게 되고,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중 한 장면이 현실이 된 듯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속 병원(치과) 장면에 수족관이 나온다. 아기 물고기가 바다를 떠나 머물게 된 공간이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심리적 불안을 덜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양 회장도 처음 수족관으로 바다를 만났다.

"해수 관상어를 키웠어요. 그냥 먹이만 주면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수온도 적당해야 하고, 산호 같은 것의 도움도 있어야 하죠. 애정을 쏟다보니 바다 속은 어떨까 싶었어요"

그렇게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생각보다 신비롭고 또 화려한 세상을 만나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진에 입문했다.

처음 시작은 우연이고 또 조심스러웠지만 그 이후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 됐다. 종종 병원 문을 닫고 제주도와 전 세계의 다양한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를 촬영한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냐'고 걱정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바다에 갔나보다'고 알아서 이해할 정도가 됐다. 불과 6~7년 사이 생겨난 일이다. 제3회 필리핀 아닐라오 세계수중촬영대회 종홥3위, 한국수중사진공모전 접사부문 금상 등 국내·외 다양한 수중촬영대회와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는 등 인정을 받고 있다.

수중촬영은 일상에도 많은 활력을 선물했다.

양 원장은 "주말에는 문섬 등에서 다이빙을 하면 일주일동안 아이들을 잘 치료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양 원장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바다 속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가끔 본다. 그럴 때면 마음이 안좋다"고 말했다.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그리고 환경오염 등의 영향에 바다 속은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다. 

양원장은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고, 알아서 소리치지 않는다고 아무 일 없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연산호 군락이 사라지고 처음 보는 종이 발견되고 하는 것이 단순히 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한 양원장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사진에 담고 있다.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 않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아직 배워야 할 것, 봐야 할 것이 많다"며 "전 세계인들에 제주 바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리고 환경 보호를 위해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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