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9. 문화유산적 가치

'공유지의 비극' 논리 속 자체 규약 등 공동체 유지
환경오염·자원고갈 마지노선 역할 충분히 존중돼야
민속지식 자연 거스르지 않아…전통 등 연구 필요해

'계절앓이' 때문인가. 제주 바다가 심상치 않다.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큰 대조기에 장마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실한 물건도 덜하고 지원 조례를 놓고 분위기까지 흉흉하다. 한창 성게철이기는 하지만 아직 물질이 서툰 해녀들에게 이 시기는 위험천만이다. 이 때가 아니더라도 한번 조류에 잘못 휩쓸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물 가는' 것을 피해 어깨 너머 안전지대를 찾고 또 욕심을 버리는 것을 배운다. 세대를, 시대를 거치며 전승된 것은 '바다를 배우는 일'이다. 

# 마땅히 보호해야 할 유산

"제주해녀는 무속신앙, 잠수기술, 노래 등 다양한 문화와 노동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다양한 기술을 전수한다. 제주해녀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미래세대를 위해 마땅히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인 이유다"

이달 초 열린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해녀세션에서 응우옌 티히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평가위원(베트남 국립문화예술연구소 부소장)이 강조한 부분 역시 해녀문화의 특징과 연결된다.

아직 모호한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기준이기도 하다. 물질 기술은 '생업'문화에 가깝다. 그에서 파생된 문화까지 해녀문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다양한 접근과 연구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금채기와 휴가철이 겹치는 여름 빈번히 발생하는 마을어장에서의 해녀와 도민·관광객 등의 마찰을 살펴볼 수 있다.

"바다에 어디 주인이 있냐"는 불만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런 단순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유지 측면에서 바다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활터전으로 그 역할을 했다. 시장에 의지하지 않아도 대체로 개방돼 있어 생계수단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사유화되지 않은 만큼 사회적 보장으로도 역할을 했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바다는 사람들을 커머너(commoner)로 만들었고, 유용한 산물을 제공해주었으며, 다른 커머너들과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왜 바다에 못 들어가게 하느냐면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바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 그를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 결국 누구도 긍정적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해녀는 적극적으로 자원관리를 하며 '안전망'을 지켜왔다. 

환경 중 제한이 설정된 부분, 공동체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 여러 집단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부분, 그러나 엄밀히 경제적 의미로 볼 때 희소하다고 인식되지 않은 부분을 사용하고 또 관리하는 규약(커먼즈·commons)을 통해 마을 어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공공재인 자연자원 관리와 지속가능한 유지 및 활용에 해녀문화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커먼즈의 구성을 자원과 일련의 사회적 규약, 공동체라고 볼 때 바다와 자체 규약, 해녀란 구성만큼 맞아 떨어지는 것도 없다.

이들 공동체는 나름의 접근 및 사용 규칙을 협상하고 책임과 권리를 할당하며 불로소득자(내지는 무임승차자)들을 찾아서 벌을 주는 감시체제를 세우는 등 커먼즈를 유지하는 행동을 한다.

# 예외적 권한 보장 필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의미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해녀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 구성요소인 해녀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 환경 변화에도 유지해온 커먼즈를 인정하는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바다를 활용할 수 있는 예외적 권한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해녀를, 해녀 문화를 전승·보전하는 밑돌이 될 수 있다.

해녀 행동에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룬 것이 없다. 민속지식으로 이어진 것들 중 자연을 거스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해녀는 일정 크기 이하 전복·소라는 잡지 않는다. 때가 되면 갯닦이를 한다. 손 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일상 속에 당번을 정해 마을어장을 지킨다. 이런 모든 것을 바다 소유권을 묻고, 단순히 욕심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해녀는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잠수굿이나 영등굿을 치르며 지드림을 한다. 무엇이 그리 대단하냐 할 수 있지만 해녀들의 온갖 정성을 꽁꽁 동여맨 '지'는 '민속지식'이란 이름으로 이어진다.

요왕신께 1년 무사 안녕과 더불어 올 한해 망사리가 늘 묵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영등굿 제차 중에는 해녀들이 돌을 지어 나르며 요왕신이 들고 날 길을 지치고(닦고), 생쌀 또는 좁쌀을 바다에 뿌리는 '씨뿌림'을 한다. 어떤 것을 싸고, 누가 뿌리고 하는 기준들은 어촌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들의 행동이 바다를 오염시키거나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물론 보다 많은 논의와 공론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자연 보호와 관리,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체제 모색'의 대안으로 커먼즈에 대한 이용·관리·연구·경험 등이 공유되는 것이 최근 추세다. 반복되는 마찰을 잠재우울 수 있는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실질적 지원 기준 놓고 의견 분분

해녀어업보존·육성조례 신규·고령해녀 기준 논란
형평성 문제 제기…"공동체 문화 흔들 수도" 우려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 조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이후 제주도가 '실질적 지원 약속'을 하면서 사실상 예고됐던 일이다.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는 동안 조용했던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만큼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지난 5월 17일 '해녀어업 보존·육성 조례안'을 고령해녀 안전사고예방 및 소득보전 수당은 최고 20만원, 신규해녀 소득보전과 어촌정착 지원금은 최고 50만원 이내에서 지원하는 내용으로 수정해 처리했다. 

하지만 최근 임시회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저항을 받으며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이 진행됐다.

지원 기준이 문제가 됐다. 70세 이상 해녀(만 87세 이하)들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40세 이하 신규 해녀에게 월 50만원 이내의 정착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목소리가 컸다.

상대적 형평성은 차치하고 대부분 상군해녀가 70대 초반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들 수당이 조업 시간을 조정하고 순차적으로 해녀를 그만두는 연계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가 고령 해녀에 대해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힌데 이어 제주도도 은퇴수당을 산정했지만 이 역시 바다로 향한 걸음을 붙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규 해녀 정착 지원 역시 논란을 빚고 있다. 시행일 기준 '만 40세 이하 해녀학교 이수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이미 어촌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거나 해녀학교를 거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사고 있다.

생업과 부업의 한계가 모호한데다 신규해녀 양성에 따른 지원금 등과 중복 문제와 맞물리며 어촌계 가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전적 지원으로 해녀를 양성한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며 "자칫하다가는 해녀 공동체 문화 전반을 흔들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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