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소매점 등 공박스 태부족  빈병 회수 '포기'
종이박스 포장 주류 판매 증가도 수급난 부채질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가 현관에 공박스 부족으로 빈병 회수를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했다. 고경호 기자

재활용 촉진 등 자원 절약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공병보증금 반환제도'가 여전히 겉돌고 있다.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회수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빈병을 담아야 할 플라스틱 공박스는 부족, 대형마트 및 소매점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A마트를 확인한 결과 입구에는 '공병 회수를 잠정 중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A마트의 하루 평균 공병 회수량은 300~400병이다.

공병보증금 반환제도 시행 전 평균 100병에 비해 무려 3~4배 이상 급증했지만 주류 제조사로부터 받는 공박스 수량은 제한되면서 회수 자체를 포기했다.

A마트 관계자는 "소주를 공급하는 모든 주류사의 공박스가 부족하다"며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회수량 증가에 대비한 공박스 수급 확대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결국 공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종이박스에 담긴 소주의 판매량 증가도 공박스 수급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시 일도2동에 위치한 B마트 관계자는 "개별 병으로 팔리는 소주들은 공박스에 담겨오기 때문에 전량 회수돼도 해당 공박스에 담으면 되지만 종이박스로 팔렸다 반환된 소주병들은 보관할 곳이 없다"며 "더욱이 매일 하루 판매량의 갑절 이상 회수되면서 전량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박스 수급난이 공병보증금 반환제도 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주류 제조사들 역시 사정은 녹록치 않다.

㈜한라산 관계자는 "공박스 제조원가는 7500원으로 박스당 공병 보증금 2500원의 3배에 이른다"며 "만들수록 손해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올해에만 4만개의 공박스를 추가 제작해 납품처마다 배포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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