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화가 정영창 초대전 8월 15일까지 이아 지하갤러리
'자유와 평화의 화가'…흑백톤 '얼굴' 폭력에 대한 저항 담아
 

거울을 보듯 그날을 마주한다. 그 때에 있지 않아도 그 날의 표정을 알 수 있는 영혼의 통로를 통해서다.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무엇이 남아 이유 없이 얼싸안거나 입을 무겁게 한다. 분명 흑백의 화면인데 이 땅에 살았다,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영원히 식지 않을 피울음을 느끼게 한다.

올해 유난히도 무거운 걸음을 옮기고 있는 정영창 작가(60)가 제주에 한 짐을 풀었다.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5월 광주에서 '검은 하늘 그날'을 펼친데 이어 제주에서는 사람을 꺼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이 예술공간 이아 두 번째 전시로 마련한 정영창 초대전 '한 사람'이다. 8월 1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서 정 작가는 기억해야할 역사와 순간을 '얼굴'과 연결한 화면을 선보이고 있다. 그것은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유와 평화의 화가'라는 수식어는 작품을 보는 순간 이해된다. 5?18 민중항쟁을 지나 '불타는 남도' 4.3의 섬 제주로 이어진 걸음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사람이 지닌 660개 근육 중 얼굴에 있는 것은 60여개에 불과하지만 감정이나 기억이 포개지면 그보다 많은 근육이 움직인다. 크게 웃을 때는 240여개까지, 울 때는 180여개를 쓴다. 삶과 죽음, 좌절 같은 단어 앞에 잔뜩 긴장한 근육들이 먹과 붓을 타고 꿈틀대며 역사의 순간을 말한다.

전시와 연계해 15일(오후 3시)은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과 오한숙희 인문학자와의 대담 '일상의 폭력, 영혼을 지키는 방법-우리는 얼마나 진보했는가'가 열린다.

김경훈 시인의 '그리고 한 사람에 대하여'(29일 오후3시),  기행 프로그램 '숲의 기억'(8월 12일 오전10시)이 진행된다. 문의=064-800-9334.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